CSR 유럽투어 시즌 3
SIX_(2)
CSR to CSI..
CSR은 다음 단계로 나가고 있다.
2015년 CSR 유럽투어 시즌 1과 올해 시즌 3을 비교해 보면 지난 4년동안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CSR은 적잖은 변화와 발전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시즌마다 방문했던 기업이 달랐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특성일 수 도 있겠지만, 인터뷰 중에 느껴지는 전체적인 변화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2015년 시즌 1에 방문했던 기업과 단체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비즈니스와 CSR의 통합이 선두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2017년 시즌 2에는 이것이 보다 확산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시즌 3에서는 비즈니스와 CSR의 결합을 넘어 새로운 단계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 SIX는 홍콩 정부의 기금을 지원 받아 "Business for Good" 이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의 주요 국가에서 CSR이 그 국가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비교하고 향후 글로벌 차원에서 기업과 비즈니스가 사회혁신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상과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입니다.
오늘 블로그는 이 연구의 도입 부분에 해당하는 'CSR 글로벌 트랜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연구 결과는 올 11월 홍콩에서 발표 될 예정이며, 외부에 공개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오늘 블로그는 SIX 방문시 임소정COO가 소개하고 제공한 자료의 일부분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CSR의 스펙트럼..
알다시피 CSR의 스펙트럼은 위의 그림과 같이 꽤 넓습니다. 가장 왼쪽에 위치한 <기업의 자선활동>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기업 자원봉사+제품 기부> <공익 마케팅> <전략적 자선활동> <비즈니스와 CSR의 통합> <긍정적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전략> <사회적 미션과 비즈니스의 결합> 으로 발전 또는 확장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CSR 스펙트럼은 <기업의 자선활동>과 <전략적 자선활동> 사이에 대부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1년 발표되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CSV는 <전략적 자선활동>과 <비즈니스 통합>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고, 비즈니스 자체로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한 '파타고니아'나 2주 후에 소개할 '유니레버'의 경우가 <긍정적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전략> 과 <사회적 미션과 비즈니스의 결합>의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CSR 스펙트럼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과 해석은 유럽투어 방문기를 마무리 하면서 다시 한번 정리할 예정입니다.
CSR 글로벌 트렌드 1 : 강해지는 리더십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있는 투자회사 중에 하나인 '블랙 락(Black Rock)'의 CEO 래리 핑크는 2018년 1월17일 고객과 투자회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신년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기업은 주주, 직원, 고객 및 그들이 활동하는 지역사회를 포함한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이익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에 대한 확고한 목적 의식이 없으면 그 기업이 공공이든 민간이든 그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습니다" .... 즉, 이 메세지는 블랙 락은 앞으로 지역사회를 포함한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를 주요 투자처로 삼겠다는 것이며, 반대로 그렇지 않은 회사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8월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에서 역시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회사인 'JP 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을 비롯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GM의 메리 바라 등 181명의 주요 기업 CEO가 "기업의 목적은 더 이상 주주 이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직원에 대한 투자, 협력 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지속가능한 주주 가치 창출 등 이 모든 것이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 이라는 성명서에 서명했습니다.
SIX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글로벌 CSR의 첫번째 트랜드 변화에 대해 "CSR에 대한 리더십이 강력해 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무부서나 임원 레벨이 아닌 CEO가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CSR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나 가치가 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CSR 글로벌 트렌드 2 : 당근과 몽둥이에 대한 규정화
2011년에 발표된 사회적 책임 가이드 라인인 ISO26000에 대한 여러 비판 중 하나는 강제성이 없다(또는 인증제가 아니라는)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기업의 문제행동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글로벌 NPO/NGO들에서 ISO26000 재정을 환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기업들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았다는 비평을 내기도 헸습니다.
이 비평에 대해 ISO에서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기업이나 단체가 속한 사회의 역사, 문화, 제도, 관습, 경제수준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표준을 강제화하거나 인증제로 가게되면 선진국과 비선진국, 서구와 비서구 사이에 상당한 갈등과 문제, 차별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ISO26000을 가이드 라인으로만 제시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ISO26000이 눈치를 보며 주춤 거리고 있는 동안 지속가능경영이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다른 글로벌 지표들은 점점더 강력해지고 세밀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DJSI(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만 하더라도 매년 정보공개 범위나 숫자, 깊이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객관적인 제3자 검증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본사만이 아닌 글로벌 지사와 생산협력업체까지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체로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EU의 경우 법으로 매년 기업정보 공개 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EU국가의 500인 이상 기업들은 재무정보 뿐만 아니라 CSR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EU의 기업정보 공개법은 기업의 자발적 책임성을 높여가는 조치입니다. 따라서 EU시장에 진출하는 EU외 국가 기업들의 경우 이 정보들을 공개해야만하고 그렇지 않으면 EU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SIX는 이런 상황들을 보고 글로벌 CSR의 두번째 트렌드 변화로 "CSR에 대한 당근과 몽둥이(채찍)이 규정화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CSR 글로벌 트렌드 3 : 이해관계자들의 태도 변화
SIX는 CSR 글로벌 트렌드의 세번째 변화로 투자자, 고객, 직원(특히, 능력있는 직원)등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CSR에 대한 태도변화에 주목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블랙 락, JP 모건 등 글로벌 대표 투자사들이 향후 기업 투자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지속 가능성 지표를 주요 투자 기준으로 삼겠다는 발표를 앞장서서 했습니다.
은행에서 기업 대출을 통해 주로 자금을 확보하는 우리나라 기업들과 달리 주식 시장에서 실탄을 확보하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주식을 사고 파는 투자사들이 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 '갑 오브 갑'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JP모건이나 블랙 락과 같은 대표 투자사들이 CSR을 주요한 투자 지표로 삼겠다는 얘기는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에서 앞으로 기업대출을 할때 당신네 회사의 지속가능보고서와 CSR 평가를 볼 거야.. 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날이 오겠죠^^;;
기업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고객들은 어떨까요? 예전부터 사회공헌을 잘하는 기업의 물건을 사겠다는 소비자 설문조사의 결과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설문조사와 실제 구매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 대부분의 연구결과입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조사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 가성비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 삶의 모습, 지향점과 일치하는 상품이나 브랜드를 선호하는 정도가 기존 세대보다 월등히 높다는 연구결과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지향적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바로 SNS입니다.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SNS에서는 기업들의 스캔들과 문제행동이 가감없이 빛의 속도로 공개되고 공유되고 있습니다. SNS가 의사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SNS에서 나쁘게 찍힌 기업이나 브랜드를 구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로 SNS에서 좋은 기업으로 주목받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되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런 '가치지향적 소비' 경향은 자신의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할 때에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이런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파타고니아 본사를 방문했을 때에도 파타고니아의 인사담당 임원이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점점 더 똑똑하고 능력있는 친구들이 파타고니아에 입사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나이키는...
SIX는 CSR의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여러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오늘 블로그에서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이키의 예를 소개합니다. 알다시피 나이키는 1996년 생산협력업체의 아동노동 스캔들에 휘말렸고 지금까지도 그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동안 나이키는 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지금은 스포츠 산업이나 섬유산업에서 CSR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세밀한 규정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CSR 리딩 기업이 되었습니다.
2018년 9월, 나이키는 미국내 인종차별 문제에 항의하는 표시로 2016년 8월 NFL(미국프로풋볼) 경기에서 국가 연주 시간에 무릎꿇기 시위를 벌인 '콜린 캐퍼닉'을 광고모델로 기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의 인종차별주의자들과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고 SNS를 통해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나이키는 콜린 캐퍼릭의 광고 모델 기용은 나이키가 기업으로써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결정이며 나이키의 캐치 플레이즈인 "Just Do it" 단지 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의사표명을 했습니다.
CNN 등 콜린 캐퍼릭 이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미국 언론들은 나이키의 이번 의사결정이 그동안 사회문제에 대해 기업들은 기부나 캠페인 등을 통해 그저 좋은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정도를 알리는 수준이었는데, 이번 일은 사회의 민감한 문제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 앞장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했습니다.
SIX의 임수정COO는 나이키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의 사례를 들며,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비즈니스와 결합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상식이 되었으며, 다음 단계는 CSI(Corporate Social Innovation), 즉 '기업사회혁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기업사회혁신은 기업이 사회문제해결이나 사회혁신의 주체가 되어 다른 조직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의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임소정COO는 CSI가 현재 '사회혁신기업'으로 불리는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투자자, 고객, 임직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환영(환호) 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 역할을 하기 원하는 모든 영리기업들에게 해당하는 개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SIX가 글로벌 사회혁신조직이기 때문에 CSI에 특별히 힘을 싣는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시즌 3를 통해 저 또한 느낀 것은 이제 CSR은 기본(표준)이 되었고 그 다음 단계는 CSI 일 수 있겠다라는 것입니다. 다음 주 LUSH와 그 다음 주 유니레버의 방문기를 보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엔 '런던의 파타고니아' LUSH 방문기를 올리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유럽투어 시즌 3 방문기를 다 마치면 방문기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미팅을 한번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다녀온 멤버들과 상의해 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죠.
Balanced CSR 유승권
'Balanced CSR & ESG' 카테고리의 다른 글
CSR 유럽투어 시즌 3 _ 유니레버 방문기_ 지속가능한 삶을 일상으로 만들자!! (0) | 2019.11.05 |
---|---|
CSR 유럽투어 시즌 3_ LUSH_ 지속가능으로 충분치 않다!! (0) | 2019.10.27 |
CSR 유럽투어 시즌 3_ SIX_(1)_사회혁신은 주고 받는 것.. (0) | 2019.10.13 |
CSR 유럽투어 시즌 3 _ 뭐하러 왔나? (0) | 2019.10.06 |
CSR의 역사 6편 _ 1970~80년대 네슬레 불매운동 (0) | 2019.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