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유럽투어 시즌 3 리뷰
LUSH
지속가능으로 충분하지 않다!!
런던의 명동, 옥스퍼드 서커스.. M&S의 옆집.. LUSH
서울엔 명동이 있고, 런던엔 옥스포드 서커스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서커스(Circus)는 곡예단의 공연 정도로 이해되지만 영국에서는 교차로가 있는 광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런던에는 극장들이 모여있는 피커딜리 서커스도 있고 상점이 모여있는 옥스포드 서커스도 있습니다. 옥스포드 서커스에는 영국 유통업계의 지속가능경영을 대표하는 M&S의 매장이 있습니다. 런던에 갈때마다 들리는 곳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LUSH 런던 매장이 있습니다.
<러쉬의 창업지_풀 매장_사진출처 구글>
LUSH는 자연주의 친환경 화장품의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던 "더 바디샵(The Body Shop)"에 이어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 오르고 있는 친환경 <비누+목욕용품+화장품> 회사입니다. LUSH는 미용사였던 '마크 콘스탄틴(Mark Constantine)'과 조향사였던 '리즈 위어(Liz Weir)'가 영국 남부의 작은 어촌도시 풀(Poole)의 한 미용실에서 1995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지금도 본사는 풀에 있습니다.
마크와 리즈는 1980년대 초반 '아니타 로딕'이 설립한 친환경 화장품 회사 더 바디샵과 계약을 맺고 목욕 용품 몇가지를 납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디샵이 급성장하고 외부 전문 경영인들이 영입되면서 아니타 로딕이 지키려고 했던 친환경과 윤리경영 원칙들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고 제품이 아닌 캠페인과 광고가 우선시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마크와 리즈는 바디샵의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국 바디샵과 결별하고 자신들만의 회사 LUSH를 세웁니다.
참고로 바디샵은 2007년 아니타 로딕이 사망하기 한 해 전인 2006년 프랑스 화장품 기업인 로레얄에 인수되었고 인수 이후 이렇다 할 성장을 거두지 못하다가 2017년 다시 브라질 회사인 내츄라 코스메티코(Natura Cosmeticos)에 인수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LUSH 매장투어는 예약 맞춤제..
LUSH의 플래그 쉽 스토어라고 할 수 있는 런던 옥스포드 서커스 매장은 예약제로 그룹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런던을 방문하기 두달 전 LUSH의 커뮤니케이션 팀에 방문 요청 메일을 보냈고,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우리의 방문 목적을 확인한 다음 우리 팀을 위한 지속가능경영 중심의 매장 투어 프로그램을 특별히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의 LUSH 매장 투어는 위 사진에 보이는 투어 매니저 "한나(hanna)" 가 담당해 주었습니다.
체러티 팟(Charity Pot)..
한나가 우리 일행에게 처음으로 소개한 것은 체러티 팟(Charity Pot / 자선 냄비, 자선 단지)입니다. 체러티 팟은 2007년에 시작된 기부 캠페인으로 두껑에 기부하는 단체의 로고나 메시지가 적혀 있는 바디 로션을 구입하면 부가세를 제외한 100%의 금액이 그 단체에 기부됩니다. 주로 소규모 인권, 동물보호, 어린이 구호, 환경보호 단체 등에 기부되고 있으며 작년 한해 동안 전세계 51개국 935개 매장에서 판매된 체러티 팟의 수익금으로 67개 단체에 10억원 가량이 기부되었다고 합니다. LUSH는 체러티 팟 기부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기부 캠페인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한 해동안 LUSH가 기부한 금액은 380만 파운드(약 53억)라고 합니다.
Naked packaging, 포장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재활용, 재생가능한 포장으로..
LUSH의 중요한 제품원칙 중에 하나가 '포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LUSH에서는 이것을 Naked 정책이라고 합니다. 실제 러쉬 매장에 가보면 대부분의 제품들이 종이박스나 병에 들어 있지 않고 제품 그대로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장 보듯 제품들을 집게로 집어 장바구니에 담은 다음 계산대로 가면 재생용지에 그 제품을 싸서 줍니다.
한나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 코너였습니다. 그곳에는 서울의 남대문시장 보자기 골목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제품들이 걸려있었습니다. 바로 형형색색의 보자기들입니다. 올해 러쉬의 크리스 마스 선물 포장 컨셉은 바로 "보자기"입니다. 제품을 플라스틱이나 종이 상자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자기로 싸서 선물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자기 안에 내부 포장재 또한 사진에서 보듯이 100% 재생지로 만든 포장재입니다.
LUSH는 포장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품을 아예 포장재에 담지 않는 방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립스틱과 파운데이션도 네이키드 제품을 만들어 불필요한 포장재를 없애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제품을 써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실제 사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플라스틱 병 두껑 사용을 줄이기 위해 100% 재활용이 가능하고 땅에서 쉽게 썩는 코르크 마개를 사용한다던지, 제품 포장을 없애고 나무 막대기에 꼽아서 판매하는 고체형 샴푸를 판매하는 등 매장 곳곳에서 포장용기를 쓰지 않기 위한 노력과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들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방(Kitchen)에서 만드는 100% 채식(Vegetarin) 제품..
LUSH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캐나다 등지에 제품 제조 공장이 있습니다. 러쉬는 이 공장들을 주방(Kitchen)이라고 부르며 제품을 만드는 제조방법도 요리를 만들때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 '레시피(recipe)'를 사용합니다. 러쉬 매장 곳곳에는 위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제품의 주 원료인 코코넛 버터, 꿀, 천연 오일, 생강, 레몬, 소금, 계피가루, 견과류, 허브 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먹어도 별 탈 없겠지만, 먹지는 마세요" 라는 문구가 걸려있기도 합니다.
러쉬의 제품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고 하면 바로 100% 채식(Vegetarin)제품입니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도 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러쉬의 제품철학으로 사람이나 동물이 먹어도 크게 해를 입지 않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러쉬가 더 바디샵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든 주요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동물실험입니다. 더 바디샵은 설립 초기 화장품의 동물실험을 강력히 반대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동물실험을 반드시 해야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국가(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동물실험을 일부 용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광범위한 동물 실험을 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 화장품 회사 로레얄에 인수되면서 그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러쉬는 동물실험을 강제하는 국가에서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지켜가고 있으며,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다양한 캠페인과 함께 동물보호단체에게 많은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러쉬 매장 곳곳에서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문구와 제품, 동물보호에 대한 캠페인 메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순환을 통한 폐기물 0%에 도전..
러쉬 매장 곳곳에는 이 제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지에 대한 생산 프로세스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공정무역을 통한 원재료 구입, 핸드 메이드를 통한 제품 생산(고용 증대와 유지), 화학원료/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음,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음, 물 사용과 포장을 줄이기 위해 액체가 아닌 고체 형태로 제품을 만듬, 플라스틱이나 종이를 사용할 경우 100% 재생 제품을 사용함... 이런 부단한 노력을 통해 러쉬는 자연을 살리는 제품을 생산하고 고객들이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환경 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폐기물 0%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향수 테스팅의 경우도 보통 종이를 사용하는데, 그 작은 종이 조각을 쓰지 않겠다고 향수병 주위에 작은 돌맹이를 두고 그 돌맹이에 향수를 뿌려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매장 투어의 마지막 순서는 직접 비누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각종 천연 재료를 손으로 직접 섞어 비누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도 우리 아들이 어렸을 때 비누 만들기 체험 행사에 종종 참가했었는데 이렇게 화학 제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천연 재료로 비누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제품이 잘 나왔으면 사진을 올렸을 텐데 생각보다 힘을 너무 많이 줬는지 한국에 돌아와 보니 다 깨져 있어서 사진을 못 올리는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Join The Regeneration, 재생에 참여하라!!
러쉬 매장 투어를 마치고 나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계산대에 놓여 있는 Lush Times의 제목이 "Join The Regeneration" 이었기 때문입니다. 2파운드를 주고 얼른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페이지를 펼치자 첫 글의 제목이 "지속가능은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반드시 재생으로 가야한다" 였기 때문입니다. 이 문구는 작년 파타고니아를 방문했을 때 파타고니아 직원들로부터 수십번 들었고, 2018년 파타고니아 환경사회보고서에도 여러번 등장하는 똑 같은 문구입니다.
아!! 그래서 또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앞선 기업들은 그저 단순한 지속가능경영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통한 재생(Regeneration), 즉, 비즈니스를 통한 문제해결을 추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러쉬 또한 파타고니아와 마찬가지로 구호나 광고가 아닌 제품 그 자체로 100% 보여주기 위해 힘든, 그러나 신나는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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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H 방문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는 드디어 "유니레버" 방문기를 올리겠습니다. 블로그 찾아 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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