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 전략(1)_Collective Impact
코로나 19, 콜렉티브 임팩트의 실체를 보여주다.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코로나 19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SNS를 쳐다보는 시간이 늘었다. SNS를 가득 채우고 있는 코로나 19 뉴스를 보며 처음에는 걱정, 원망, 짜증의 감정이 올라왔는데 지난 주부터는 희망, 위로, 감동.. 그리고 나도 뭔가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동참'의 마음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구의 복지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원 동기는 지난 주부터 단톡방에 '고맙데이..', '눈물난데이..', '난 괘안타, 걱정마라..' 의 메세지를 하루에도 수차례 올리고 있다. 메세지와 함게 올라오는 사진에는 전국에 흩어져 사는 동기들이 보낸 마스크, 손 소독제, 소독용 티슈, 영양제, 피로회복제, 홍삼 등이 등장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 만큼 동기들의 마음이 한데 모인 적이 있었나 싶다.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곰곰히 살펴보니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한국에서 콜렉티브 임팩트를 해본다고 이런 저런 시도들이 있었는데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다. 그런데 코로나 19 덕분(?)에 콜렉티브 임팩트의 실체를 그 중심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가 잘 수습된다면 콜렉티브 임팩트의 최고 사례가 더 이상 Strive Together가 아닌 한국의 코로나 19 대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부터 3주간 기업사회공헌 전략(원칙)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기업사회공헌의 가장 이상적인 전략(또는 원칙)들이 '콜렉티브 임팩트' 안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물론 이 또한 CSR 실행체계 구축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Strive Together
(다 아는 내용이지만, 기억을 되새기는 차원에서..) 콜렉티브 임팩트가 사회혁신과 기업사회공헌 영역에서 협력의 방식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 SSIR(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겨울호에 미국 신시내티 교육혁신 협력체 'Strive Together(홈페이지 클릭 ☞ 바로가기)'의 사례가 소개되면서부터이다.
Strive Together는 2006년 신시내티와 북부 켄터키에 있는 300여개의 지역 조직(지방정부, 공공기관, 학교,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종교단체, 기업 등)이 공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면서 본격화되었다. 그전에도 이미 Strive Partnership이라는 협력 프로그램이 존재했지만 구체적인 성과 목표와 참여 조직 각각의 책임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한계점이 있었다. 그래서 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객관적인 성과 측정, 그리고 협력에 참여하는 개별 조직들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자는데에 뜻을 모아 Strive Together라고 하는 보다 강력한 협력체를 '재구성'하게 된 것이다.
Strive Together의 문제 인식과 목표는 분명했다. 2000년대 초반 신시내티와 북부 켄터키 지역의 공교육 상황은 점점더 나빠지고 있었다. 중서민 이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학교 중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고 동시에 청소년 범죄률과 아동학대, 가정폭력 사건도 눈에 띄게 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이 비단 신시내티와 북부 켄터키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 전역에서 공교육 시스템이 아동의 올바른 성장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전역의 지방정부, 교육기관, 시민단체, 공익재단 등이 나름대로 개선책을 내고 수백개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신시내티와 북부 켄터키지역의 단체들은 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연계성 없이 각자 따로따로 진행되고 있어서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 지었다. 마치 개개의 단체들이 각자 나무가지 하나씩을 들고 따로 따로 불을 붙이고 있는 형국이었다. Strive Together에 모인 300개 조직들은 나무 가지를 한데모아 불을 붙이자고 제안했다.
Strive Together에 모인 300여개의 지역 조직들은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어떤 부분들을 협력하고 어떤 프로그램들을 연결해야 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방법들을 제시했고, 그 결과 아이들이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하는 생애주기별로 53개에 달하는 공통의 개선 목표와 동일한 측정 지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53개의 목표를 하나 하나 달성하기 위해 기존 개별 조직들의 프로그램들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통합 체계를 구축했다. 또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고 활동들을 실행하기 위해 지역별, 직능별로 소그룹을 만들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하기 시작했다.
2019 Strive report.pdf / 2019년 연차보고서 다운로드
이렇게 기존 조직과 프로그램들이 연결, 통합, 협업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자 모닥불의 효과가 나타났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Strive Together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 청소년들은 유치원 준비율 9% 증가, 고등학교 졸업률 11% 증가, 대학등록 10% 증가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수치는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다른 공교육 개선 프로그램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었다. 이후 Strive Together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으며 2019년 기준 미국 32개주, 69개의 파트너십 협력체, 10,200여개의 개별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콜렉티브 임팩트가 성공하기 위한 5가지 조건..
SSIR의 아티클은 Strive Together를 비롯해 콜렉티브 임팩트의 사례가 되는 몇 개의 다른 프로그램을 분석한 후 콜렉티브 임팩트가 성공하기 위한 5가지 공통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1. 확실한 공통의 아젠다
(Common Agenda)
첫 번째 성공요인은 공통의 아젠다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콜렉티브 임팩트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 변화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며 상호 합의된 활동들을 통해 그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즉,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두가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확실히 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으로 갈지 대구로 갈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모였으니 출발하고 봅시다.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이후 콜렉티브 임팩트가 이슈화되었고 그동안 여러 시도들이 있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용두구미(龍頭蚯尾)가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콜렉티브 임팩트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런 저런 분석들이 있었지만, 나는 지렁이 꼬리가 된 가장 큰 원인은 애초에 공통의 아젠다 선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사회공헌에서도 콜랙티브 임팩트를 시도했던 몇몇의 지난 사례들을 보면, 용어는 콜렉티브 임팩트라는 있어보이는 말을 썼지만 실제로 참여하는 주체들이 콜랙티브 임팩트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간단한 협력 방식으로도 충분히 실행 가능한 소소한 일들에 거창한 이름을 붙인 것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이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했다.
SSIR에서는 공통의 아젠다를 선정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깃발을 꼽고 모여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깃발을 세울 것인가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문제에 대한 중대성, 해결 시급성에 대한 생각과 판단이 다르다. 때문에 '이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라고 성급히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고 싶어하는 주체들이 모여 공통의 아젠다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콜렉티브 임팩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기업사회공헌에서 콜렉티브 임팩트의 방식을 적용할 때 대부분 다른 회사, 정부, 지자체, NGO, 학교 등 외부와 협력하는 방식을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외부 조직과의 협력을 이루기 전에 회사내에서 먼저 콜렉티브 임팩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대기업 집단의 경우 그룹에 속한 수십, 수백개 자회사의 CSR과 사회공헌이 각자 따로 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데 모으면 큰 모닥불의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개별 자회사의 유익과 이해관계 때문에 협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협력도 잘 이루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회사들과의 협력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 19의 경우는 당연히 공통의 아젠다가 명확하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코로나 19와 똑같은 형태의 아젠다를 기업사회공헌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참여하는 조직들이 공감하고 힘을 합치는데 망설임 없는 공통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2. 성과 측정, 방식, 결과의 공유
(Shares Measurement System)
콜렉티브 임팩트가 성과를 내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측정 시스템의 공유이다. SSIR 아티클에서 콜랙티브 임팩트의 목표가 어떻게 달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측정 방법'과 얼마나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성과'가 참여한 모든 조직들에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되지 않으면 공통의 아젠다에 대한 합의는 환상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참여하는 모든 조직이 같은 목표 달성 기준(지표)과 측정 방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측정한 후 데이터를 모으로 그 결과를 공유하게 되면 노력한 모든 조직의 활동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성공과 실패를 배우고 상호간의 책임성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도 알게 되어 자원배분의 효과성도 높일 수 있다.
우리의 기업사회공헌을 보면 목표를 세우되 측정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경우도 많고 자원을 투입(Input)하는 것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회공헌 방식은 사회 문제의 변화나 개선을 이룰 수 없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방식이 '묻지마 기부' 였기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많은 돈이 기부되고 그렇게 많은 임직원이 봉사활동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코로나 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동일한 목표, 동일한 표준, 동일한 측정 방식, 동일한 대응,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의 정보와 결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모든 국민에게 매일 매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콜렉티브 임팩트를 하고 싶다면 참여하는 조직들이 공통의 아젠다에 합의하는 것과 함께 어떻게 성과를 측정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성과 측정에 대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 방식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3. 상호활동의 강화
(Mutually Reinforcing Activities)
콜렉티브 임팩트의 세 번째 성공 요인은 '서로의 활동을 강화'하는 체계가 만들어지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활동을 강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십시일반'이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와 같이.. 같은 일에 동일한 방법으로 힘을 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콜렉티브 임팩트에서 상호활동의 강화는 동일한 목표(아젠다)와 동일한 성과 지표를 가지되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상호 조율하고 지원하고 협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식을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가능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응원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병원, 약국, 언론(일부는 빼고), 학교, 기업, 시민들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존중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다.
기업사회공헌도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기업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모습의 보면 어떤 기업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그냥 기부금(or 물품) 얼마냈다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기업들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연수원 등)들을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리고 어떤 기업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거나 매출을 올리려는 (얍삽한) 기업들도 있다. 그중에서 돋보이는 몇몇의 기업들은 그 기업이 가장 잘하는 것을 가지고 남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이 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핵심기술과 역량으로 문제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 코오롱의 사례가 그렇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코로나 사태 해결에 기여한 기업들의 사회공헌 사례를 좀 모아서 분석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수준이 들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집단의 경우 사회공헌 컨트럴 타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일은 연간 사회공헌 기부금 예산을 정하고 자회사별 순익에 따라 배당금을 걷는 일이 아니라, 각 자회사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엮어야 사회문제해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호협력체계와 활동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것만 제대로 잘 된다면 기업사회공헌의 수준이 몇 단계 앞으로 나갈 수 있다.
4. 지속적인 소통
(Continuous Communication)
코로나 19를 대응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를 잘하고 있지만 특히 국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기위해 무진장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관계에서 진정한 신뢰는 투명한 의사소통에서 비롯된다'는 인간관계의 석학 데일리 카네기의 명제가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지만, 기업사회공헌에서도 정말 중요하다. 어떤 기업을 보면 일은 참 잘하는데 사회공헌팀 또는 사회공헌담당자 혼자서만 모든 걸 쥐고 혼자 애쓰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참.. 안타깝다. 기업사회공헌은 사회공헌 담당자 혼자, 또는 사회공헌팀만 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기업의 모든 임직원들이 잘 알아야 한다. 우리회사가 어떤 사회공헌을 하고 있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하는 일 중에 혹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사회공헌팀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E기업에서 일할 때 해외 공장이 있는 나라에 큰 재난이 닥쳐 긴급구호를 하러 갔었다. 일주일 동안 공장 마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재난지역에 전달할 구호물품을 포장해서 트럭으로 구호캠프에 실어 나르는 일을 계속했다. 구호캠프에 다녀오면 공장 직원들에게 재난지역의 상황과 우리가 만들어 전달한 구호물품들이 어떻게 배분되고 사용되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했다. 현장에서 찍어온 사진들도 프린트해서 공장 게시판에 걸어 두었다. 삼일째 되던 날 구호물품을 포장하는 일에 부르지도 않은 직원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퇴근을 미루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그리고 회사가 준비한 물품들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신의 집에서 가져온 소박한 물품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설탕 한봉지, 밀가루 한봉지, 쌀 한봉지, 커리 한봉지를 손에 들고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그런 물품을 집에서 가져오라고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사회공헌에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참여시키고 싶다면 회사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고 그리고 그 내용을 잘 공유하면 된다. 그게 전부다.
5. 탄탄한 지원조직
(Backbone Support Organization)
콜랙티브 임팩트가 성공을 거두기 위한 다섯 번째 요인은 탄탄한 "백본(중추지원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콜렉티브 임팩트를 창조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조망하고 조율할 수 있는 권한과 역량을 가진 별도의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다. 상호 협력을 하면서 중추 조직을 구성하지 않고 회의를 위한 협의체만 구성하면 맨날 회의만하다가 끝난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잘하길 바라면서 사회공헌 조직이나 인력을 우습게 본다. 사회공헌 조직의 위치와 구성, 인력을 보면 이 회사가 사회공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 조직이나 인력이 가장 많이 위치한 곳은 홍보 파트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홍보'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최근 몇년동안 방문한 CSR를 좀 잘한다는 유럽의 기업들은 CSR팀이 대부분 전략이나 커뮤니케이션 파트에 속해있다. PR이나 마케팅 파트에 속해있는 경우는 보질 못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사회공헌을 통해 콜랙티브 임팩트를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것을 위한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백본 조직은 퍼실리테이션(참여자들의 아이디어 창출, 의견 조율, 합의)의 역할이 핵심이다. 기업사회공헌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한 실무역량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퍼실리테이션 역량이라고 답한다. 사회공헌담당자는 짐꾼이나 머슴의 역할도 잘해야 하지만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
SSIR 아티클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백본 조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가장 훌륭한 백본조직은 적응 리더십의 원칙들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적응 리더십이란 사람들의 관심사에 집중해서 긴급성을 이끌어 내는 능력과 이해관계자들을 적절히 압박하는 기술, 그리고 기회뿐만 아니라 위기의 부분도 이야기하면서 집중해야 할 이슈를 구분하는 역량,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코로나 19 사태를 총괄하는 질병관리본부는 지금 이 역할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예방과 대응 분야에서 세계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사회공헌이나 CSR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제는 제대로된 사회공헌/CSR 조직을 만들고 역량있는 인력을 투입하고 자원과 권한을 제대로 준다면 말이다.
마스크 사야겠네요..
토요일 오후 마트에 가는 길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자동차 뒷자리에 앉은 아들에게 "우리도 마스크 사야 하는거 아니야? " 라고 했더니 "저는 양보할래요. 우리 반 애들이 단톡방에서 더 필요한 사람들한테 양보하는 걸로 하자고 했어요." .."오.. 그래.. 기특하네 ".. 조금 더 가다 보니 시장 입구에서 버려진 박스를 줍고 있는 낯익은 할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들이 "마스크를 사야겠네요. 저 할머니 마스크가 많이 낡았어요. 마스크 사서 저 할머니 드리면 되겠네요.." , "...그래... 그러자" .... 콜렉티브 임팩트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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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코로나 19 확산방지와 지원을 위해 애쓰시고 있는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분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이라 믿으며 저도 제가 위치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묵묵히 해보겠습니다. 블로그 찾아 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주 기업사회공헌 전략(2)를 이어나가겠습니다.
4월초에 개강 예정이었던 기업사회공헌 실무자 아카데미 10기는 5월로 잠정연기합니다. 코로나 19사태가 진정상황에 접어들면 수강생 신청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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