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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ESG, 지속가능보고서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4)

by Mr Yoo 2021. 8. 8.

ESG, 지속가능보고서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 4편 : 보고서에서 ESG 플랫폼으로 -

 

지속가능보고서는 왜 만드는 것일까?

 

2025년이 되면 국내상장기업 중 자산 2조원이 넘는 회사들은 의무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공개해야만 한다. 2030년이 되면 상장기업은 전부다 해야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들어야 할 이유이다. 그럼, KRX(한국거래소)는 왜 지속가능보고서 의무공개를 결정 한 것일까?

 

연기금 투자와 같이 '장기 안정성'과 '공공성'을 중요시 해야하는 ESG 투자관점에서 설명하면, 투자자들이 이미 투자한 기업이나 앞으로 투자할 기업의 ESG 경영현황과 성과를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ESG 리스크 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투자 시장을 관장하는 KRX 입장에선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상장기업의 ESG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지금의 글로벌 투자 시장의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다. 그동안 기업의 재무적 경영성과와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알기위해 연례보고서와 재무제표를 확인하듯이 이제는 환경(E)과 사회(S) 경영의 성과와 지배구조의 윤리성,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속가능보고서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ESG 경영 관점에서 보면 지속가능보고서는 투자자를 비롯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현황과 성과를 알리고 더 잘하기 위한 제안과 제언을 주고 받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 중에 하나이다. 따라서 ESG 경영에서는 지속가능 '보고서'가 자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지속가능경영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또한 투자자들도 지속가능 '보고서' 만 보는 것이 아니라 투자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체를 보기 때문에, ESG 투자나 평가를 대응하는 입장에서도 '보고서' 자체에만 신경쓸 일이 아니라 근본적인 ESG 경영을 잘하는 것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전체를 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지속가능경영을 가장 잘하는 기업들의 ESG 커뮤니케이션 

 

지속가능(ESG)경영 영역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서베이 중 하나인 The GlobeScan-SustainAbiliy Survey(이하 GSS)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세계에서 지속가능경영을 가장 잘하는 기업의 순서는 "1위 : 유니레버, 2위 : 파타고니아, 3위 : 이케아, 4위 : 인터페이스, 5위 : 나뚜라"이다.

 

이 순위는 MSCI 나 DJSI 등 시중의 ESG 평가 순위와는 다르다. ESG 평가 순위는 투자대상인 상장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지속가능경영을 근본적으로 잘한다기 보다는 ESG 리스크 관리를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를 중심에 놓고 한 평가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기업의 순위를 정한 GSS의 순위와 시중의 ESG 평가 순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지속가능보고서 제작에 관한 마지막 순서로 지속가능경영을 가장 잘하는 1위, 2위 기업인 유니레버와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살펴보고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https://www.unilever.com

 

1. 유니레버

 

GSS에서 10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니레버는 지속가능(ESG)보고서를 따로 발간하지 않는다. 대신 연례 보고서(Annual Report)와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합하여 IIRC 기준에 따라 통합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보고서보다 홈페이지를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잘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니레버 글로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상단 메뉴에 "지구&사회(Planet & Society)" 메뉴가 보인다. 이 메뉴를 클릭하면 유니레버의 광대한 지속가능경영 세계(우주)가 펼쳐진다. 기후변화 대응, 자연생태계 보호, 폐기물 제로, 긍정적인 영양, 건강과 웰빙, 평등/다양성/포용성, 삶의 기준 높이기, 미래의 일, 인권존중, 책임있는 비즈니스, 지속가능성 리포트 센터 등 유니레버의 지속가능경영 비전인 USLP(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의 핵심 주제별로 각각의 마이크로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각 주제별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관련된 원칙(Principle)과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기본으로 2025년 또는 2030년까지 중장기 달성 목표와 실행 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실행하고 평가할지에 대한 프로세스와 방법론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주제별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와 고객이 손쉽게 USLP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보고서만 따로 모아 놓은 '리포트 아키텍쳐'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 가면 유니레버의 '연례통합보고서'를 비롯해 지난 10년간 USLP의 성과를 볼 수 있는 'USLP 2010 to 2020' 보고서도 다운 받아 볼 수 있다.  USLP 보고서만 보더라도 벤치마킹 포인트를 174개 이상 찾을 수 있다. 유니레버 홈페이지 전체를 본다면 지속가능(ESG)경영과 관련된 벤치마팅 포인트를 1,321개 이상 찾을 수 있다.

 

못찾겠다고요? 잘 찾아보세요.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보일 겁니다.  

 

https://www.patagonia.com

 

2. 파타고니아

 

한 번 들어가기만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는 홈페이지가 있으니 바로 파타고니아 홈페이지이다. 유니레버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ESG)경영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파타고니아와 유니레버 홈페이지는 공개된 보물창고이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백화점에 가면 정신을 못차린다고 하던데 나는 유니레버, 파타고니아 홈페이지만 가면 정신을 잃는다.

 

파타고니아는 상장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ESG 평가를 받을 일이 없다. 그래서 ESG 평가엔 전혀 관심이 없다. 때문에 GRI와 같은 글로벌 가이드 라인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들이 세운 기준에 따라 매해 '환경사회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비콥(B Corp)인증 기업이기 때문에 비콥성과보고서를 2년에 한번 꼴로 발간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의 상단 메인 메뉴 중 Acitivism 과 Stories 를 클릭하면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경영세계에 입장할 수 있다. 

 

유니레버가 파타고니아 보다 회사의 규모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지만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정보 공개의 양도 파타고니아보다 훨씬 다양하고 방대하다. 양적인 측면과 정보 공개의 체계성만 보면 유니레버의 압승이다. 그런데 파타고니아가 유니레버보다 한 발 앞서고 있는 부분이 있다.

 

유니레버는 자신들의 성과를 공개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반면, 파타고니아는 고객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즉, 유니레버의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은 일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파타고니아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유니레버보다 파타고니아가 앞서고 있는 부분이다.  

 

파타고니아 지속가능경영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Activism(액티비즘, 행동주의)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2019년 기업의 미션을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로 바꾼 후 고객과 임직원을 중심으로 파타고니아의 환경과 사회 철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Activism  메뉴를 클릭하면 '생물 다양성', '기후', '공동체', '땅', '물' 등 5가지 이슈가 등장한다. 각각의 이슈들을 클릭하면 이슈별로 파타고니아와 뜻을 함께하는 NPO, NGO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이트 방문자는 관심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전 세계의 다양한 NPO, NGO의 정보와 활동을 파악할 수 있으며, 사이트를 통해 기부 또는 자원봉사활동에 직간접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한편, Stories 메뉴를 선택하면 파타고니아의 역사 및 지속가능경영에 관련된 일반적인 정보를 볼 수 있다. 파타고니아 정보공개의 특징은 스토리(이야기)가 길고 많다는 점이다. 깔끔한 도표와 통계자료를 통해 한 눈에 현황과 추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유니레버의 정보공개와는 차이가 있다. 파타고니아가 스토리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파타고니아의 ESR팀의 담당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파타고니아도 처음에 보고서를 만들때 GRI와 같은 가이드 라인을 가지고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만들고 나니 전혀 파타고니아스럽지 않더라고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다 담아내지도 못할 뿐더러 파타고니아랑 맞지 않는 부분도 많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보고서에 대한 우리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야기를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금과 같은 보고서가 나온 것이죠." (파타고니아 본사 방문시 인터뷰에서)

 

즉, 글로벌 가이드라인 또는 도표와 숫자만으로 파타고니아 지속가능경영의 내용을 충분히 보여줄 수 없다는 얘기다.

 

파타고니아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의 또 한가지 특징은 '사진'이 정말 좋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 환경사회보고서를 보고 있으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파타고니아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힘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적극적으로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임팩트가 강한 '사진'과 그것의 맥락과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는 '이야기'를 통해 파타고니아는 고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환경과 사회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기를 바라고 있으며 자신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Balanced CSR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의 세대변화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을 지속가능보고서와 홈페이지로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공식적이고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보고서와 홈페이지인 점을 감안할때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은 대략 3단계(또는 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1세대 :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지속가능(ESG)경영을 시작하는 기업들이 대개 처음하는 일이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이다. 혹자는 지속가능경영을 실행한 것이 있어야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지속가능경영을 실행한 것이 없어도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이상 잘 찾아보면 지속가능경영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이 나오기 마련이고, 일반적으로 첫 보고서는 앞으로 우리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과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을 본격적으로 실행한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고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다. 

 

1세대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은 글로벌 가이드 라인과 평가사(지배구조원 등)의 평가 포인트에 맞춘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며, ESG 정보공개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연 1회 보고서 발간 만으로 외부 ESG 평가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은 불가능하며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또한 많은 제약이 있다.

 

 

2세대 : 지속가능경영 사이트 구축

 

유니레버, 이케아, 인터페이스를 비롯하여 지속가능경영을 잘한다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보고서만 발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홈페이지내에 지속가능경영 사이트를 별도로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도 지속가능경영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리딩 기업에 비해서 체계와 콘텐츠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속가능경영 사이트를 잘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보고서의 내용을 홈페이지로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의 장점을 잘 살려 다양한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의적절하게 공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보고서는 활용할 수 있는 포맷이 한정되어 있지만, 홈페이지는 동영상, SNS, 보고서 등 다양한 콘텐츠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양하고 풍성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이루어지는 외부 ESG 평가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세대 :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2세대와 3세대의 차이는 고객과 임직원을 비롯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활동에 얼마나 잘, 손쉽게 그리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2세대까지는 기업의 ESG 정보공개가 커뮤니케이션의 주된 목적이었다고 하면, 3세대는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주 목적이 된다.

 

지속가능(ESG)경영을 잘하냐 못하냐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에 하나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수준과 정도이다.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 또한 일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따라 단계를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 기업 홈페이지내에 지속가능경영 메뉴 따로 만들고 보고서와 함께 이런 저런 콘텐츠 올리고 거기다가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게시판 하나 만들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정도만 해도 아주 잘하는 것이지만, 3세대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라 함은 그것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과 참여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파타고니아의 Activism 사이트를 꼭 참고하면 좋겠다.

 

지속가능보고서 하나 만드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들라고 하니 답답하고 막막할 수 있다. 당장은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작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될 것이다. 걱정을 미리 앞당겨 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래를 예상 할 수 있다면 준비는 해두는 것이 지혜로운 직장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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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올림픽도 끝나고 이 더운 여름 무슨 재미로 지낼까 싶습니다. 그래도 늦은 밤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가을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더위와 코로나에 건강관리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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