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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ESG, 지속가능보고서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 3편 -

by Mr Yoo 2021. 7. 24.

UBUNTU

ESG, 지속가능보고서 어떻게하면 잘 쓸 수 있을까?

- 3편 / 원고 작성 - 

 

 

ESG 경영 실천.. 선언할 일인가?

 

한 신문사의 어림짐작스러운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ESG 경영 실천'을 선언한 기업이 100여개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새로 조직한 기업도 역시 30개를 넘는다고 한다. 기존의 CSR팀이나 지속가능경영팀을 ESG 팀으로 이름을 변경한 기업들 또한 70여개 가까이 된다고 한다.

 

전략경영 1학기 기말시험에 'ESG 경영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라는 문제를 냈더니 2학년 학생이 이렇게 답안을 써서 제출했다.

 

"ESG 경영은 기업의 재무적 수익 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게 고려하여 기업경영을 한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은 ESG 경영을 한다고 앞다투어 자랑하듯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기업들은 환경과 사회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경영을 했다는 말이 된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은 ESG 경영 선언 같은 것을 안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ESG 경영은 기업으로서 상식적이고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지 굳이 외부에 자랑하고 선언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금 ESG 경영을 선언하는 것은 마치 죄를 짓고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이 "이제는 법을 잘 지키며 착하게 살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느낌이 든다. (후략) " 

 

나는 이 학생에게 5점 만점에 5점을 주었다.   

     

 

 

지속가능(ESG)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이노소셜랩은 올해 초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에 소그룹 토론 방식의 'ESG 경영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7월까지 150명이 넘는 실무자들이 교육에 참가했다. 나는 프로그램을 시작할때마다 수강생들에게 항상 똑같은 질문을 한다. 

 

"여러분이 일하고 있는 기업의 ESG 경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 , " ESG 경영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이렇다. 

 

"잘 안되고 있습니다." , "실제,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업부서에서 내재화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ESG 경영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는 이유, 현업부서에서 내재화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이유는 대외적으로 ESG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을 뿐, 정작 기업 내부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설비에 과감한 투자를 하거나, 인권과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3세계 공급사슬망까지 현황진단을 하는 등 ESG 경영을 실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보다는 ESG 담당부서에게 '돈 적게들이고 크게 생색낼 수 있는 기똥찬 아이템' 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바로 지금의 실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ESG 경영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는 몇몇 거대 그룹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ESG 경영을 단지 유행어처럼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 열렸던 중견 대기업 CEO모임에서 모임의 좌장이 'ESG에 부회뇌동(附和雷同)하지 맙시다' 라는 건배사를 했다고 한다. ESG경영이 부화뇌동이라니....  

 

이 예상이 틀리면 참 좋겠지만, 언론이 만들어낸 ESG 열풍은 올림픽이 끝나고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점차 사그러 들것이다. 올해 초 ESG 경영을 선언했던 기업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매출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하기야... 지금도 그러고 있기는 하다.

 

 

 

지속가능보고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처음 지속가능보고서를 쓰는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 각 부서에서 보고 자료를 모으고 그것을 원고로 작성하는 일이라고 한다.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작하는 전체 시간 중에 '기획단계'가 가장 오래 걸리지만, 진짜 힘든 부분은 '자료수집과 원고 작성'이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한다고 생각해보면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일은 등반 계획과 준비이지만 실제 가장 힘든 부분은 등반 그 자체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료 수집과 원고작성이 가장 힘든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지속가능경영이 현업부서에 내재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가능보고서의 기본 뼈대는 ESG 각각의 측면에서 글로벌 가이드 라인에 따라 지난 3년간의 개선 성과를 보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현업부서에서는 ESG를 고려한 경영목표를 수립하거나 실행하지 않기 때문에 개선 추이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성과를 보고하기 어렵기 때문에 데이터를 조작(워싱)하거나 메이크업(과장)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현재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도를 보장할 수 없다. 제3자 검증을 받는다고 하지만 기업이 제출한 문서와 실무자 인터뷰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거짓되거나 과장된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결정적인 것은 제3자 검증기관을 선정하고 비용을 지급하는 것도 역시 보고서를 제작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과 검증기관간의 갑을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속가능보고서만 가지고 ESG 경영을 잘한다 못한다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2025년부터 상장기업 지속가능보고서 의무공시 제도가 실행되면 제3자 검증은 반드시 갑을관계가 없는 제3의 공증기관이 해야만 한다. 검증비용도 기업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모아서 그 기금에서 검증기관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하던지 아니면 KRX의 산하기관이 직접 해야할 것이다. 

 

 

http://nuguna.suwonedu.org/

 

여럿이 함께하는 일은 원래 어려운 법이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줄다리기'하는 정도야 그리 어렵지 않게 협동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드는 일과 같이 고차원적인 작업을 여럿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함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ESG 경영이 내재화되지 않은 것이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작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이긴 하지만,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원자료와 원고를 제공하는 여러부서들이 지속가능경영, 지속가능보고서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공감하고 있지 못한 부분이 실제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지속가능보고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관련 부서의 부서장 협조와 담당 실무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미리 확인, 확보해두지 않으면 뒤로 가면 갈 수록 힘들어지고, 힘 빠지고,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그래서, 지난 1편에서도 설명했지만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하면 관련부서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TFT를 반드시 구성해야 하고, 참여한 실무자들에 대한 보고서 제작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보고서 제작교육에서는 보고서 제작의 중요성, 목적, 프로세스, 성과물에 대한 교육과 함께 지속가능(ESG)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실행 방법을 함께 교육해야한다. 왜냐하면 보고서 제작에 참여하는 실무자들이 결국 현업부서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실행하는 실무자들이기 때문이다. 

 

대행사에 보고서 제작을 맡기는 경우 대행사가 자료 작성 템플릿을 제공하고 그것을 관련부서 실무자들에게 배포한 후 회수하여 모아진 자료를 바탕으로 대행사의 원고 담당자가 원고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하면 보고서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현업의 실무자들이 이 자료를 왜 달라고 하는지, 이 자료가 어떻게 지속가능경영과 연결되는지 잘 모른다. 결정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와 현업의 지속가능경영이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속가능보고서를 10년이상 발간하면서도 아직까지 지속가능경영이 내재화되지 않은 기업들의 모습을 자주본다.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서 제작을 대행사에 맡기고 보고서를 실제 경영과 연결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은 현업 실무자들에게 지속가능(ESG)경영을 학습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자 지속가능경영을 내재화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비가 올때 논둑을 막아 물을 가두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는 것과 같다. 

 

vector stock

          

지속가능보고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지속가능보고서 작성의 가장 기본적인 글로벌 가이드라인인 GRI Standards는 지난 3년간의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함께 미래의 개선과제와 목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텔부문에서 지속가능경영을 가장 잘 한다고 인정받고 있는 힐튼 호텔의 2020년 지속가능보고서의 일부분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힐튼호텔은 2030년까지 가치사슬전반에 걸쳐 책임감있는 환대를 통해 사회적 영향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환경 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영향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은 우리 호텔이 위치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은 지역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 지역기업에서의 물품구매,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고용, 지역 학생과 청년들에게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5년동안 매해 10% 이상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2016년대비 2배 이상의 비용을 집행할 예정입니다. (중략) 힐튼 호텔은 2016년대비 2030년의 환경발자국을 절반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지난 5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매해 5% 이상 증가시켰으며, 호텔별 물사용량을 매해 5% 이상 줄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로 진행된다면 2030년까지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즉, 중장기에 해당하는 5년, 10년의 지속가능목표를 영역(ESG)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하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소) 지난 3년간 어떻게 성과를 내었으며 그 성과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를 제시하는 것이 지속가능보고서의 문장형태가 된다. 

 

6번째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우리나라 OOOO기업의 2020년 지속가능보고서의 한 문장이다.

 

"OOOO은 ESG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모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였으며, ESG 전담팀을 조직하였고, ESG 경영을 내재화하기 위해 전직원 ESG 경영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략) 환경영역에서는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반에 온실가스 배출 절감과 폐기물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회영역에서는 인권과 노동권, 공정운영,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힐튼 호텔과 비교하면 구체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잘만든 지속가능보고서는 누가 보더라고 이 회사가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알 수 있는 보고서 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전략적으로, 전사적으로.... 이런 수사적 단어는 좋은 보고서일수록 찾아보기 힘들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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