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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ESG는 과연 쓸모 있는 것인가?

by Mr Yoo 2026. 5. 16.

ESG는 과연 쓸모 있는 것인가? 

(모 기업 ESG 담당 임원과 나눈 이야기를  요약했어요)

 

Q. (P상무) 제가 보기에는 이제 ESG 트렌드는 시들한 것 같은데 센터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Q. (센터장, 나) 상무님은 어떤 부분에서 ESG가 시들해졌다고 생각하세요?

 

A.(P상무) 아무래도 ESG가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도 줄어들고, EU가 하는 것을 봐도 계속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트럼프가 ESG를 대놓고 무시하고, 우리나라도 ESG 의무공시가 계속 미뤄지는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듭니다. 센터장님 사업도 그렇지 않으세요?

 

A.(센터장) 네, 그렇습니다. 2~3년 전이 가장 피크였고, 지금은 컨설팅, 교육 등등 모든 면에서 프로젝트 수가 줄고 있어요. 그나마 작년 말에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바람에 공기업, 공공기관들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조금 더 발간하려고 하는데, 공공 보고서 시장은 그동안 공공기관 평가를 대행해주던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들어와서 경영 평가에 맞는 ESG 컨설팅과 보고서로 가고 있습니다. 저희 사업 목적과 방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Q. (P상무)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부터 경영진회의에서 ESG 언급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저런 보고도 하고, 동향 교육 같은 것도 했는데, 작년과 올해에는 거의 형식적인 내용만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말고 다른 회사들은 좀 어떤가요?

 

A. (센터장) 회사에 따라 편차가 큰 것 같습니다. P상무님 회사는 내수가 대부분이라 ESG에 대한 외부 압력이 크지 않아서 아무래도 ESG에 대한 회사내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구요. (고개를 끄덕이는 P상무) 반면, EU 기업에 납품을 하거나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계속 ESG를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Q. (P상무) 맞아요. 우리 회사도 EU 시장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데, 제조 시설부터 관리까지 요구 사항이 넘사벽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무역장벽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렇게 꼼꼼하게 관리하니까 제품의 수준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센터장님, 우리나라도 EU 수준까지 갈 수 있을까요?

 

A. (센터장)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종 결과물 자체만 보면 이미 EU 기업들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제품들이 다 그렇죠. 그런데 방금 전에 말씀하셨듯이 EU는 최종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정 전체를 넘사벽 수준으로 관리하라고 하니까 그것이 쉽지 않을 것이죠. 과정 전체를 관리하는 것은 단일 기업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Q. (P상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내에서 EU에서 이렇게 요구한다고 하면, 다들 하는 소리가 제품은 우리 것이 싸고 더 좋다. EU는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 앞으로 싸고 좋은 물건을 찾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지금 EU의 ESG 요구 사항이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합니다. 맞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EU를 따라가자고 강하게 밀어 붙일 만한 명분이 없습니다. 

 

A.(센터장) EU 경제가 어려우니까 앞으로 ESG 수준이 낮은 값싸고 좋은 물건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라는 전망에 대한 제 의견은 반반입니다. 우선, EU 경제가 어렵고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줄기 때문에 값싼 물건을 선호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저가 제품 시장은 매우 활성화되어 있고, 성장률도 대단합니다. EU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 일본,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핫한 기업이 "다이소" 잖아요.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특히 가정 내에서 항상 쓰이는 생필품, 소모품과 같이 남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들은 저가 제품이 세계 시장을 휩쓸 것입니다. 

 

반대로, 고부가가치 제품들은 양상이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EU 기업들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가 일상용품, 즉 마진이 매우 낮은 시장은 중국, 한국, 동남아 회사들에게 내어주고 있지만, 이익률이 높은 고마진 시장은 EU 정부와 기업들이 똘똘 뭉쳐서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가치사슬 전체에 ESG 관리 수준을 높이면서 저가 저마진 제품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을 EU 기업들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EU에 진출하거나 거래할 때 저마진 저가 제품으로 승부한다고 하면 소극적인 규제 대응 수준의 전략도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고마진 제품으로 승부한다면 EU의 까다로운 ESG 규제에 능동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P상무님 회사 제품도 저가 제품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EU가 ESG를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Q.(P상무) 센터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회사 제품도 점차 프리미엄 전략을 쓰고 있고, EU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글로벌 Top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EU 시장 형성이 그렇게 된다면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되겠네요.

 

A.(센터장) 맞습니다. 그리고, 저가 전략으로가더라도 중국, 인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그것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RE100만 보더라도 중국과 인도의 저가 브랜드들이 이미 RE100을 달성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거기다가 EU ESRS 규정에 따라 ESG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기업들도 꽤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저가 제품이라도 기본적인 규제는 무시하면 안됩니다. 

 

 

Q.(P상무) 이런 얘기들을 우리 회사 대표님과 경영진들이 함께 들어야 하는데 저만 듣고 있으려니 답답합니다. 다들 ESG는 보고서나 대외 홍보만 알고, 평가 등급만 잘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지난 번에 우리 부사장님은 저 보고 ESG가 쓸데없다는 말씀도 하셨거든요. ESG가 과연 쓸모가 있는지 자꾸 고민이 됩니다.

 

A.(센터장) P상무님 말씀처럼,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ESG 경영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생각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일 겁니다. 기업들이 ESG가 쓸모가 많다는 것을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면 이미 ESG 의무공시도 확정되고 여러가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고, 저도 눈코 뜰새 없이 바쁠텐데... 조용하잖아요. 안타깝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아직 우리나라 정부와 사회, 그리고 기업의 수준이 ESG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인식과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GRI에서 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들었는데 그때 IMD의 Julia Binder 교수가 "What is Your Company's ESG maturity level? (당신 기업의 ESG 성숙도 수준은 어떻습니까?)" 이라는 짧은 발표를 했습니다. 그 교수가 기업의 ESG 성숙 단계를 구분할 때 크게 두 단계, 작게는 다섯 단계까지 나눌 수 있다고 했습니다. 크게 두 단계는 기업의 ESG를 작동하게는 힘이 "외부적 압박(External pressure)" 에 의존하고 있는가, 아니면 "내부적 통합(Internal integration)"인 자발적 동기에 있는가 입니다. 

 

외부적 압박은 다시 Step1. 규제, Step 2. 요구(거래처 등 주로 금전적 이해관계자), Step 3. 책임(사회적 인식 수준)으로 세분화할 수 있고, 내재적 통합은 Step 4. 내재화, Step 5. 전략화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P상무님도 알다시피 이 단계 구분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잖아요. 기존부터 있었던 구분 단계인데, 요즘 우리나라 ESG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Step 1, 2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을 넘어서서 정말 기업들이 가치사슬 전체에 지속가능경영을 내재화하고 상품과 서비스에 온전히 적용해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화를 이루어 내려면,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를 쎄게 밀고 나가던지, 아니면 투자자나 고객사가 ESG 요구 기준을 높이던지 해야, 그 다음 단계인 사회적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기업들이 반응하는 단계로 갈텐데, 정부마저 ESG 의무공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아직  Step 1 단계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Q.(P상무) 공감합니다. 솔직히 우리 회사도 부끄럽지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ESG를 내재화하고 전략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쓰고 있지만, Step 1 단계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부끄럽고요.

 

A.(센터장) 그래도 P상무님처럼 그런 상황을 안타깝다고 인식하고 뭐라도 더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전혀하지 않고 있는 회사들도 많습니다. ESG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심지어 Step 1 단계도 가능한 안하려고 하면서 보고서에는 글로벌 TOP 수준의 ESG 경영을 하겠다고 써 놓는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P상무님이 더 잘아시잖아요. ^^

 

P상무 : 그런가요. 그래도 씁슬합니다. ESG가 자꾸 껍데기만 번드르하고, 알맹이는 텅 비어있는 매미 껍질이 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쓸모 있는 ESG를 만드는 것을 해보고 싶은데 말이죠.

 

센터장 : P상무님이나 저나 현장에 있을 때 그 일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수도 있죠. 그래도 후배들을 위해 지금 길을 잘 닦아 놓으면 좋겠습니다. ^^

 

P상무 : 그럼요. 그렇게 해야죠. 

 

센터장 : 아! 그리고 저희 "파타고니아 썸머 유니버시티 2기" 신청 받고 있습니다. P상무님 대학생 따님에게도 한 번 권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P상무 : 아!! 넵!!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장, 한양대 ESG MBA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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