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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신세계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 _ 기업사회공헌영역의 확장

by Mr Yoo 2017. 7. 1.




신세계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

 기업사회공헌 영역의 확장




코엑스 신세계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서울 강남에서 가장 핫한 장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코엑스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5월31일 문을 연 이곳을 며칠 전 다녀왔습니다. '서울 시내 핫 플레이스에 다녀온 걸 자랑하려고 블로그를 쓰느냐...?' 라고 하실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사족(蛇足)을 달자면, 이곳을 개장하고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가 개장의 의의를 홍보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차원에서 이 장소를 만들었고, 운영할 예정이다' 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클릭 ☞ 동아일보 바로가기 


즉, 신세계 그룹은 별마당 도서관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이곳을 만들었고, 앞으로 매년 수억원을 들여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기업사회공헌 담당자인 제가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찾아갔고... 꼼꼼히 살펴봤고...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우리회사 사회공헌에 활용해야할까..를 고민하다가.. 그 고민과 생각을 정리해서 오늘 블로그에 쓰는 겁니다. ^^;;





15년전 우리는 기적에 도서관에 열광했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2003년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시작으로 열 곳의 어린이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의 기획으로 지자체와 기업, 주민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힘을 모아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는 도서관이 그저 책을 보고, 책을 빌리고, 시험공부를 하는 장소라는 고정된 개념을 넘어서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과 어린이들을 위한 창의적 공간으로 '역할 확장'을 하게 되는 신선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 될 당시.. 지역사회의 공공건물, 공공서비스 확충이 정부나 지자체만의 책임이나 역할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시민과 기업이 힘을 합쳐 새롭게 만들 수 도 있다' 라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 운영이나 관리가 지자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기대와 다르게 소홀하게 흘러간 부분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2013년, 관련영상 바로가기 ☞클릭 )..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자체는 공공건물, 공공서비스에 대한 기업과 시민 참여의 방식을 한단계 높여준 것이었다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 MB정부, 박근혜정부를 지나면서 기적의 도서관과 같은 민간과 정부, 지자체가 협력하여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 사회공헌프로젝트가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MB정부때는 '친환경 녹생성장' 을 국정운영 방침으로 정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사회복지시설에 태양열 발전기도 설치해주고..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지붕에 전기선도 연결안된 풍력발전기 모형을 설치하기도 하는 등.. 이런 저런 시도와 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상 투입대비 효율성이 별로였는 데다가 현재까지 지속되는 것이 없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창조경제' 라고 해서 창조경제센터를 기업들 옆구리 찔러 전국 방방곡곡에 만들어 놓기는 했습니다만.. 중장기적인 큰 그림도 없었고, 정부측의 구체적인 실천 컨텐츠, 리더십이 빈약했던 탓에 현재는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쎈 경우, 기업사회공헌은 정부의 정책이나 방향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거나, 국정운영방향을 엉뚱한 데로 가져가면 기업사회공헌도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사회공헌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지난 10년은 기업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사회공헌사업이 암흑기, 후퇴기를 겪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2000년대 초중반이 기업사회공헌의 방식과 영역이 훨씬 창의적이고 진보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업은 지역사회 인프라를 개인은 기부와 봉사활동을..


미국이 정답은 아니지만, 미국의 기업사회공헌 양상을 살펴보면, 기업은 개인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지역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개인적인 구제와 자선사업, 봉사활동은 경영자나 기업 임직원의 자발적인 기부와 참여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참고도서 :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 핵심전략, 기업시민활동, 아름다운 제휴, 박애자본주의..).


예를 들면.. 기업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지역에 도서관을 짓고 지자체에 기증하면, 그 기업의 오너, 경영자, 임직원들은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고, 그곳에서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들을 위한 독서프로그램에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그런 방식입니다. 


우리나라도 돈 많은 큰 기업들이 지역에 도서관, 병원, 복지관, 공연장 등을 지어주는 사업을 가끔씩 하고 있습니다만... 단지, 건물을 지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공 이후에 관리나 운영, 봉사활동과 같이 지속적인 지원과 활동으로 연결되는 경우를 잘 보지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입장에서는 건축비로 수십, 수백억을 들였는데.. 그 이후에 또 책임을 져야 되는 부분에 대해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개관 이후에 관리, 운영이 잘 되지 않으면 기업기부가 퇴색되거나 안한 것만 못한 일이 될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 영역의 확장..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은 대략 위의 그림과 같이 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사업영역에 있어서는 교육과 장학사업이 일제시대에 시작된 후 현재까지 주된 사업영역으로 자리잡고 있고, 1990년대 후반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기타 사회복지관련 NGO들이 설립되고 급성장 하면서, 사회복지와 의료분야로 확장되었으며, 2000년대를 거치면서 문화,예술, 스포츠... 그리고 최근에는 환경 영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의 대상에 있어서는 1990년대 까지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즉 불우이웃돕기로 대표되는 자선, 구제사업 중심에서 2000년대에 이르러 장애인, 노인, 결혼이주여성, 다문화 가족, 미혼모, 소외계층, 이주노동자 등의 우리사회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 소외계층으로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지역사회와 글로벌로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나, 여전히 80% 이상 기업사회공헌의 주된 대상은 불우이웃과 소외계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참고 , 2016 전경련사회공헌백서). 


다음으로, 기업사회공헌의 주체는 1990년대 까지 기업들이 자산을 출연하여 만든 장학재단, 복지재단, 문화재단 등이 그 역할을 수행하였고, 1994년 삼성이 삼성사회봉사단을 회사내에 조직하면서 기업내 사회공헌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대개의 경우 기업사회공헌팀이 없는 기업들은 총무팀, 홍보팀이 외부요청에 응대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을 시작하였다가 기업이 성장하고 사회공헌이 보편화되면서 기업사회공헌팀을 별도로 조직하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을 쫌 한다하는 기업들은 별도의 기업사회공헌팀을 구성하여 사회공헌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회공헌팀만이 아닌, 현업부서에서 사회공헌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방식의 사회공헌비즈니스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의 실행방식은 초기에 기부방식에서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 그리고 사회공헌팀이 외부 NGO들과 협력하는 형태의 사회공헌프로젝트로 확장,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공헌의 주체가 사회공헌팀만이 아닌 현업부서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별도의 사회공헌 예산과 NGO 파트너십을 넘어, 비즈니스 자체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방식으로 확장,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지금은 기업사회공헌 영역의 적극적인 확장이 필요한 시기...


촛불시민혁명으로 새롭게 태어난 문재인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국정목표는 일자리 문제 해결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청년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습니다(더나은 미래 관련기사 바로가기 ☞클릭). 기업사회공헌팀이나 CSR팀들도 이 과제에 대해 각자의 위치에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긴 하지만, 일자리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회공헌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일자리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기업사회공헌을 통해 실행해왔던 직업교육, 장애인연계고용, 사회적 기업 설립 및 지원, 소셜벤처 육성 등의 사업을 양적, 질적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지만, 이것 만으로는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가시적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일자리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풀어내기에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기업의 시장독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한 거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과도한 임금격차, 최소비용방식의 비즈니스 모델, 단기 재무성과 중심의 기업경영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의 변화와 개선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우며,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접근이 아니라 중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사회적 합의와 정책, 마스터 플랜이 가동되어야 합니다(참고도서 : 경제, 알아야 바꾼다. 명견만리). 


또한, 일자리 사업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기업사회공헌은 좀더 적극적으로 영역을 확장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난 10년 동안 기업사회공헌이 방향을 못찾고 움츠려들면서.. 불우이웃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소극적인 자선사업 위주로 퇴행한 부분이 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과는 다른 별마당 도서관... 기업사회공헌의 또 다른 가능성...


15년전 기적의 도서관은 기업사회공헌이 중심인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건축회사나 지역의 기업들이 재능기부나 기부금을 통해 부분적으로 참여하기는 했지만, 개관이후 관리나 운영에는 참여하는 않았으며, 지속적인 기업사회공헌사업으로 발전하지도 못했습니다.


그에 비해 별마당 도서관은 공공성 보다는 기업의 마케팅과 사업성을 앞세운 프로젝트입니다. 죽어가는 상권인 코엑스의 운영을 위탁받은 신세계프라퍼티는.. 뭔가.. 사람들을 끌어모을 대박 아이템이 필요했습니다. 30년전 코엑스가 개장할 때 아쿠아리움과 멀티플렉스 극장이 그 역할을 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아쿠아리움과 멀티플렉스 정도로는 감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찾아낸 것이 '도서관' ...... 사람들이 점점 개인화되고.. 뭔가 혼자 집중하는 공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스타벅스를 비롯한 카페들은 연인들의 장소가 아닌 공부와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노트북을 들고 가야만 할 것 같은 작업공간, 스터디 룸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이슈가 되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에 대한 마케팅적 접근이 별마당 도서관을 탄생하게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별마당 도서관은 계층적 차별을 전제한 기존의 기업사회공헌방식을 벗어나 누구에게나 공개되고 누구에게나 가치를 전달하는 '유니버셜 사회공헌+마케팅 프로젝트' 라 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적 접근을 했기 때문에.. 이것은 사회공헌이 아니야... 라고 비판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앞으로 점점더... 사회공헌과 비즈니스, 비즈니스와 사회공헌의 결합은 늘어나고 확대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사회공헌팀이 주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빠른 시일 내에 깨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신세계의 별마당 도서관이 이 정도에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기대를 넘어서 더 넓고 높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발전할 것인지, 지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과 형태의 사회공헌을 실험하고  그 영역을 확장하였으면 합니다. 일단 신세계 별마당 도서관은 그 부분에서 성공한 프로젝트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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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벌써..7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6개월동안 블로그를 꾸준히 찾아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심기일전해서 더 좋은 생각,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