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CSR
- CSR 담당자의 책 읽기 -
CSR 북클럽과 미대시..
올 가을들어 두개의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CSR 북 클럽(시즌 1)"입니다. 이 모임은 CSR에 관심있는 분들과 함께 CSR분야의 고전인 "성장의 한계(30주년 개정판)", "비즈니스 생태학", "지속가능경영의 3대축"을 10주 동안 빡독(빡센 독서)하는 것으로 2주에 한번, 총5회의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2회차 모임까지 아주 잘 마쳤습니다. 시즌 1이 12월에 끝나면 휴식과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2월에 시즌 2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또 하나의 독서모임은 "미대시"입니다. 미대시(미래를 대비하는 시간_제가 이름을 정한 것은 아닙니다^^;;)는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사내 독서모임입니다. 주로 미래경영과 자기계발을 위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한달에 두권 정도 책을 읽고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김밥 한 줄 먹으며 가벼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대시에서 읽은 책은 "콘텐츠의 미래", "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 "카카오 AI리포트", "오리지널스" 이고 다음 책으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을 예정입니다.
CSR : 기업+사회+책임(공헌)
저와 같은 CSR(+기업사회공헌)실무자는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반복되는 말씀이지만, CSR은 기업과 사회와 책임(공헌)의 합성어입니다. 이 세가지를 한꺼번에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책과 교육과정이 있으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업과 사회와 책임(공헌)을 따로 따로 공부해서 실무자 스스로 조합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CSR 북클럽과 미대시에서 기업과 사회와 책임에 대한 여러 책을 읽으며 저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 전영역에서 AI(인공지능)가 대세가 되면 CSR과 기업사회공헌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런 변화속에서 기업의 CSR담당자, 사회공헌실무자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AI가 CSR 담당자를 대체하지는 않을까?" ....
사람보다 더 나은 AI..
'전격 Z작전'을 보고 자란 저는 '저게 과연 가능할까?' 란 생각을 했었는데, 겨우 삼십몇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었습니다. AI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빌리자면 "AI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의 편의성이 우선 목적이 아니라, 사람의 실수나 잘못된 의도와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줄여서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다"라고 합니다.
즉, 자동차에 적용되는 초기단계 AI기술은 사고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술을 마신 사람이 운전석에 앉게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고,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거나 갑자기 심장마비가 오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전하게 멈출 수 있게 되며, 사람이나 건물을 향해 의도적으로 돌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AI 기술들이 이미 개발되었고 관련법규가 제정되면 자동차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AI진단기는 인간 의사가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보다 수억배 많은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AI 진단기 상호간의 네트워킹으로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진단 뿐만 아니라 치료와 처방에서도 인간 의사보다 확률적으로 더 정확한 치료와 투약 시나리오를 환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법률, 회계, 금융 등 고수익 전문직종의 경우도 AI가 인간 변호사, 회계사, 자산운용전문가의 수준을 넘어선 부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금융사도 향후 미래전략을 "디지털"로 정하고 AI를 비롯한 디지털 금융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사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CSR + AI
그렇다면 CSR과 AI의 결합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요? CSR과 AI의 결합을 예상해보려면 우선 기업비즈니스와 AI의 결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아야 할 겁니다. 독일 최고의 경영컨설팅그룹 롤랜드 버거의 컨설턴트들이 쓴 책 "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에서는 기업비즈니스와 AI의 결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전망하고 있습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본과 역량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과의 격차가 점점더 커져서 결국 최고수준의 AI를 확보(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독점체제가 될 확률이 크다. 또한 현재 제조업과 사무직에서 사람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AI가 탑재된 로봇이 대신할 것이 확실시 됨으로 기업은 노동자와 AI가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시급히) 필요하다.'
결국, 비즈니스와 AI의 결합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노동자와 AI 중 어떤 것(?)이 기업의 효율성과 순이익을 높이는데 더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 명확히 들어나면 경영자들의 선택은 한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습니다.
CSR의 주체인 기업은 CSR영역에도 AI를 도입하게 될 것입니다. ISO26000(사회적 책임 가이드라인)의 7개 핵심주제(거버넌스, 노동, 환경, 인권, 소비자보호, 공정(윤리)경영, 지역사회참여와 발전)를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최적화 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이 개발되거나, DJSI(다우존스 지속가능지수)에서 최고점을 받을 수 있는 알고리즘,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Standard를 기반으로 가장 세련된 보고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AI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저같은 CSR 담당자는 필요없게 되고, 이런 AI를 활용한 CSR컨설팅업체나 AI 엔지니어가 CSR실무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CSR영역의 주요 문제와 이슈들은 AI와 로봇이 기업 비즈니스 벨류체인 전체에 확산되게 되면 사라지거나 다른 양상의 문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운영하는 다국적기업들은 제3세계 협력업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아동노동이 큰 문제 중에 하나인데, 생산라인을 AI 로봇이 작동하는 스마트공장으로 바꾸게 되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제3세계 공장에서 일하던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겠지만, 그것은 이제 기업의 책임이 아니라 해당국가가 감당해야 할 실업 문제가 될 테니까요.
이미 독일의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중국과 동남아에 있던 제조라인을 철수하고 독일현지에 AI로봇이 생산하는 스마트공장을 가동했습니다. 아디다스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수천명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그 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 아디다스의 책임을 묻지는 않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인 탄소배출이나 환경오염문제도 탄소배출과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AI센서와 관련설비를 공장마다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이 생기면 그 설비를 설치한 기업은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을 줄일 수 도 있을 겁니다.
이미, GRI는 여러 AI컨설팅기업들과 함께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1년에 한번 발행하는 연간보고서가 아닌 실시간으로 CSR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의 AI리포팅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AI 센서와 알고리즘을 기업의 ERP나 생산관리시스템과 연결시켜 CSR과 관련된 다양한 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저의 예상은 5~10년내에 EU나 싱가폴 등 CSR영역에서 앞서가는 국가, 지역, 기업에서 CSR AI 시스템을 시험 할 것 같고, 10년 이후에는 글로벌 거대 기업들 중 몇곳은 벨류체인 전반에 도입하는 곳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2030년 90% 이상의 기업이 AI를 사용하게 된다.
AI와 관련된 대부분의 책과 자료들이 이구동성 2030년이 되면 전세계 90%이상의 기업이 AI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겠지만 앞으로 대부분의 인간과 조직은 AI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과 조직의 의사결정자들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완전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AI 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할이 줄어든 기업에서의 CSR..
2018년 현재 CSR영역의 주요 이슈는 거의 대부분 인권과 환경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2030년 쯤 인간의 안녕, 그리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알고리즘이 탑재된 기업경영과 생산시스템 사용이 법제화된다면, 아니.. 그런 AI를 글로벌 초대형기업들이 사용하고 협력업체들까지 사용을 강제한다면, 현재 CSR 이슈는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대신 실업과 빈부격차, 거대기업의 독과점의 문제가 더 심각해 질겁니다.
기업사회공헌은 어떨까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테니 임직원 자원봉사의 양상이 양(봉사활동 참여인원, 시간)에서 질로 바뀔 것이고, 봉사활동에 직원을 강제동원하는 일도 없어질 것입니다.
또 정부와 지역사회에서 기업에게 요구하는 사회공헌도 기부와 자선활동이 아니라 더 많은 고용창출이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 기부금의 세제감면 혜택보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세제감면 혜택이 더 커질 수 도 있고, 사회복지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기업과 협력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이 지금처럼 주로 소외계층돕기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AI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 만큼 세금을 부과 할 수 있고, 부과된 세금은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무상복지서비스나 연금, 수당 등의 형태로 제공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AI가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 현재의 대한민국도 이미 실업문제가 가장 큰 사회문제입니다. 실업문제, 특히 청년실업문제를 사회공헌차원에서 (일부라도) 풀어낼 수 있는 기업사회공헌이 지금도 시급히 필요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AI...
다시 유발 하라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는 미래를 예측하는데 그리 뛰어나지 않다" 고 합니다. AI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섣불리 단정하고 무조건 어두운 미래만 상상하는 것은 당연히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러나, 다가올 미래는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로부터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염려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일들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AI를 인류의 긍정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을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AI를 적용해 보려는 CSR, 사회공헌실무자들이 많아지면 많아 질 수록 CSR영역에서 AI의 긍정적 가능성은 더 크게 열릴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연령상 얼마남지 않은 저의 직장생활동안 AI가 제 일자리를 뺏을 확률은 그리 크지 않지만, 지금 20대, 30대의 CSR 실무자들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는 괜찮을 테니 너네나 잘해봐...' 이런 무책임한 말이 아니라,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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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엔 전략적 CSR의 세번째 방법 "이해관계자와 CSR의 결합"을 이어가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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