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이해.. 고객과 CSR의 결합
에자이 코리아, 나우 프로젝트
가장 중요한 이해 관계자 '고객' 그리고 CSR
대부분(모든 기업이 아니라)의 기업이 사회공헌이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오래 고민 할 필요없습니다. 기업은 사회공헌이나 CSR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쉽게 말해서 기업이 망하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입장'에서 가장 좋은 사회공헌이나 CSR은 무엇일까요? ... 넵!! 바로 '고객'들이 "이 기업 알면 알수록 참 좋은 기업이네.. 자주 이용해야겠어.. 좋은 기업이라고 소문내야지.." 라고 만드는 사회공헌이나 CSR입니다.
고객에게 좋은 평판을 얻는 사회공헌과 CSR이 제일 중요한 것도 알겠고 말도 쉽게 할 수 있는데,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왜냐하면, 어설프게 했다가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사회공헌만 많이 하면 뭘해, 알고 봤더니 알바생들 등꼴 빼먹는 회사구만.. 광고에서는 사회공헌 잘한다고 하면서 협력업체한테는 갑질하는 회사였네.. 제품은 엉망을 만들면서 봉사활동 많이 하면 뭘하나.. 사회공헌, 사회적 책임 다 홍보하려고 하는 거지뭐.." 등과 같이 반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CSR 전문가,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진정성 없이 PR이나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 하는 사회공헌이나 CSR은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기 십상이며, 좋지 않은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그동안의 CSR은 왜 실패했는가? / 웨인비서 / 2014 / 코스리> 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전략적 CSR의 세번째 방법인 <이해관계자와 CSR의 결합>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중에서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고객>과 결합한 CSR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에자이 코리아 <나우 프로젝트>
일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회사인 <에자이>는 1940년 설립된 회사로, 주로 병원에서 치료제로 쓰이는 전문의약품을 생산, 유통하는 회사입니다. 한국지사인 <에자이코리아>는 1997년 문을 열었습니다. 에자이코리아는 주로 신경계질환인 치매, 뇌전증, 근육강직 치료제와 유방암, 혈액암, 갑상선암 등 항암치료제를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에자이 코리아가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이름이 <나우 프로젝트>입니다. '나를 있게 하는 우리' 란 의미의 나우프로젝트는 장애인, 어르신, 암환자등과 그 가족을 주 대상으로 이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치매어르신, 암환자들을 위한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은 이미 많이 있습니다. 주로 치료비, 보조기구, 재활기구 등을 지원하거나, 관련 연구를 후원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보내주는 프로그램도 꽤 여럿있습니다. <나우 프로젝트>가 기존의 유사한 기업사회공헌사업들과 조금 다른 점은 장애인, 치매어르신, 암환자를 도움을 주어야 할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로 보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들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나우 프로젝트는 직접적인 치료비나 보조기구를 지원하는 대신 <음악>을 통해 삶의 흥겨움을 되찾을 수 있도록하는데 프로젝트의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저와 저의 가족 또한 십년이상 할머니의 치매와 아버지의 암 때문에 가족내 흥겨움을 잊고 살았습니다. 이제 두 분 모두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치매나 암환자의 경우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많은 어려움, 특히 정신적인 고통과 우울을 겪습니다.
<나우 프로젝트>는 2015년 장애인인식개선을 위해 중증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해 노래만들기와 합창, 음반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16년 고령화를 주제로 어르신 밴드 경연대회와 음반제작을 진행한 <노년 반격>, 2017년에는 노년반격과 함께 뇌전증인식개선을 위한 <쉼표 합창단>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2018년에는 암생존자로 구성된 <룰루랄라 합창단>과 함께 암환자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 <암 파인 땡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우, 프로젝트>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프로젝트 총감독이 가수 이한철씨라는 겁니다. 국민 응원송 <괜찮아! 잘 될거야!>를 부른 이한철씨가 이 프로젝트의 기획단계부터 총감독을 맡으면서 프로젝트의 음악성과 전문성을 한층 높이고 있으며 참여자들도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도와 함께 만족도도 높다고 합니다.
<나우 프로젝트>는 다음 단계로 장애인, 어르신, 암환자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지만 에자이는 일본에서 설립된 회사로 일본의 경우 치매 어르신 문제가 이미 20여년전부터 지역사회의 활력을 잃게 하는 큰 사회문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지역시민단체, 복지기관들이 함께 지역내 치매 문제를 완화시키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몇몇 지역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에자이 코리아>는 치매와 함께 우리 국민들의 건강문제 중 가장 심각한 <암>을 주제로 '암경험자가 살기좋은 지역사회만들기'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평균 5명중 1명은 암에 걸린다고 합니다. 저의 가족, 친지나 주변을 봐도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암 환자 본인을 비롯한 환자의 가족, 이웃, 직장동료들이 <암>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고, 암환자들이 치료과정과 치료 후 가족과 직장, 지역사회에서 큰 어려움 없이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사회의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에자이 코리아의 고객은 치매 어르신, 장애인, 암환자가 아닙니다. 에자이 코리아의 실제 고객은 병원이고 의사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은 환자가 아니라 병원과 의사를 대상으로 사회공헌이나 후원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제약회사 매출엔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점을 잘알면서도 에자이 코리아가 치매 어르신, 장애인, 암환자를 대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펼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에자이 코리아에서 사회공헌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서정주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치매 어르신, 뇌전증 장애인, 암환자들이 우리회사 제품의 구매를 직접 선택하는 고객은 아니지만, 그들을 위한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로써 최종 고객에 대한 이해과 공감 없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회사 임직원들이 기계적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것과 실제 환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어려움과 힘듦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얼마나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깨닫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최종 고객인 환자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가지고 임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더불어 회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그것과 연계되어 진행된다면 회사의 성과도 높아질 뿐 아니라 임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업무에 대한 몰입도, 만족감 또한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회사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SNS를 통해 공유되는 <나우 프로젝트>의 사진과 영상, 텍스트에는 다른 기업들의 사회공헌 소식에 자주 등장하는 "어려운.." "소외된.." 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OO기업 후원이라고 크게 쓴 현수막이나 직원들이 입고 있는 봉사조끼도 찾아볼 수 없으며, 그 흔하디 흔한 전달식 사진도 없습니다. 대신 우클렐레를 신나게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어르신들과 정말 흥겹게 훌라춤을 추는 암생존자들, 녹음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열정적으로 노래 부르는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의 모습을 아주 쉽게,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나우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행복을 주는 사회공헌, 고객들이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와 환경을 만드는 일은 모든 기업의 사회공헌과 CSR의 공통된 목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자이 코리아의 <나우 프로젝트>가 눈에 띠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사회공헌 대상자를 '대상화'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에자이 코리아의 철학과 태도, 그리고 고객과 사회공헌, 고객과 CSR, 고객과 비즈니스를 결합하려고 하는 고도(?!)의 치밀(!?)한, 아니 굉장히 수준높은(!!) 전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없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사회공헌과 CSR도 사회문제나 대상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없이 제대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문제는... 정말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과 CSR이 충분한 이해와 깊은 공감없이 점점더 성급하고 어설프고 기술적으로만 현란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에자이 코리아의 <나우 프로젝트>에서 공감과 이해를 한수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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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주엔 이해관계자와 CSR의 결합 중 <임직원과 CSR의 결합>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첫눈이 내렸습니다. 이제 겨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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