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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우리나라 CSR의 역사(7)_2010년대_우리는 어디로?

by Mr Yoo 2020. 8. 10.

ISO26000 & UN SDGS

우리나라 CSR의 역사(7)

2010년대_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바야흐로 지속가능발전시대의 개막..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2010년대는 바야흐로 지속가능발전, 지속가능경영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할 수 있다. 2010년 11월에 발표된 모든 조직의 사회책임가이드 라인 ISO26000은 비록 가이드 라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실행을 위한 구체성이 떨어져 사회책임의 바운더리(경계선)만 어설프게 그었다는 볼멘소리도 있었지만 사회책임의 궁극적인 목적이 '지속가능발전'이라고 명확하게 명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적합했다는 모두의 평가를 얻었다.

 

ISO26000의 가장 큰 성과(고마움)는 무엇보다 'CSR=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게 아니고, CSR은 그 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책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라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사회책임의 실행은 생각이나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운영의 원칙, 전략, 규정, 실행체계, 책임, 개선과 같은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ISO26000은 기업에 포커싱이 되지 않고 적용대상을 모든 조직이라고 하는 바람에 기업들은 한발 물러나는 형세를 취하게 되었다. 또한 ISO가 ISO26000이 인증이 아니라 가이드 라인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서 기업들도 '그럼 이걸 어쩌란 말이냐' 는 엉거주춤한 꼴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가 ISO의 손을 잡고 지속가능보고서의 보고기준을 ISO26000 기반으로 내놓은 것이 신의 한수가 되었다.

 

 

 

2011년은 CSR과 비즈니스의 통합이 앞으로 지속가능경영의 대세가 될 것임을 확인해준 해이다. 이미 ISO26000에서도 '조직의 의사결정과 행동의 결과에 따른 모든 사회, 환경적 책임'이라고 SR을 정의하였으나 구체적으로 기업을 언급하지 않다보니 기업들이 (오로지) 관심있는 비즈니스의 책임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상황이었다. 

 

이때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2011년 첫번째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자본주의의 문제를 고칠 새롭고 큰 아이디어'라는 제목을 달고 사회, 환경문제 해결을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와 모델로 삼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난다면 지금의 사회, 환경문제가 더 빨리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공유가치창출(CSV)개념을 제시했다. 

 

이어서 영국 캠브리지대학 지속가능 리더십 프로그램의 선임연구원이자 워릭대학의 초빙교수인 웨인 비서가 책임의 시대라는 책을 내놓고 CSR의 발전단계를 5단계로 구분한 후 최종단계는 상품과 서비스 자체가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CSR과 비즈니스의 통합의 단계"라고 제시했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 기업시민센터의 제이슨 사울도 앞으로 경쟁력과 생존력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환경문제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며 오히려 이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통해 그렇지 않은 기업들과 차별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미국과 영국에서는 2000년대 CSR 영역에서 앞서가던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하여 2010년 이후에는 '지속가능경영=CSR=비즈니스'가 하나로 통합되는 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앞서 갈 것이라는 공통된 예측을 내놓았다.

 

 

 

글로벌 빈곤문제를 50%(나) 해소해 보겠다는 당찬 목표를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식과 성과지표 제시가 아쉬웠던 UN MDGs(밀레니얼개발목표, 2000년~2015년)는 UN 자체 평가에서 목표대비 약 10%정도 달성했다는 발표를 뒤로 하고 기억속으로 사라졌다. 2015년 9월 제70차 UN총회에서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전 인류가 함께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지속가능발전목표', UN SDGs가 발표되었다. 이제 UN총회에서도 '지속가능발전'이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된 것이다.

 

UN SDGs의 17개 주제와 이에 따른 169개 세부목표는 기업들에게 지속가능경영으로 달성해야할 사회, 환경적 성과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기업들은 SDGs의 주제와 목표들을 지속가능보고서에 스티커처럼 붙이기 시작했다. 

 

이어 2015년에는 UN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열렸다. 파리에서 열린 'UN기후변화회의'에 195개국이라는 사상 최고로 많은 수의 국가들이 참여했으며 만장일치로 '파리기후협약'을 채택했다. UN역사상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 협약의 핵심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속한다' 는 것이다. 만일 2100년까지 지구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빙하와 북극의 영구 동토층이 대부분 녹아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빙하와 동토층에 갇혀있던 메탄가스(CO2보다 온실효과 약25배)가 방출되어 지구의 온도는 급격히 상승, 인류의 30% 이상이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게된다고 한다. 

 

지구 온도를 1.5도 상승으로 막기위해서는 무엇보다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배출과 흡수량이 같아지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전체 에너지 사용의 50%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파리기후협약은 바로 2020년 올해부터 시작되는데 글로벌 선두기업들이 앞다투어 탄소중립선언과 신재생에너지사업, 전기자동차산업에 사활을 걸겠다고 발표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때문이다. 

 

 

D일보 2013년 1월28일

 

 

 

CSV 와 창조경제...

 

EU와 미국(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지속가능발전과 지구온난화문제해결이 글로벌 이슈에 중심이 되고 있을때 우리나라는 엉뚱하게 '이제는 CSR이 아니라 CSV'라는 이슈가 CSR 바닥을 휩쓸었다.

 

이 이슈의 근원지인 D일보는 "따뜻한 선행을 베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차원에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기업의 성장발판을 마련하는 공유가치창출경영(CSV)으로 진화하는 추세"라는 기사를 여러차례 게재했다. 이후 마이클 포터를 서울로 불러 강연회를 개최하고 그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들어 시상했다. CSR의 개념을 여전히 사회공헌으로 이해하던 기업들은 이 흐름을 탔다. 특히 홍보팀이 사회공헌을 주도하던 기업들이 그랬다. 

 

...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18개 주요도시에 창조경제센터가 설립되었다. 각 센터는 청와대의 요구로 대기업들이 하나씩 맡게 되었다. 작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의 돈이 들어갔다. 

 

정권과 CSR의 관계는 생각보다 밀접하다. 1960년대와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의 CSR 핵심이해관계자는 사회와 환경이 아닌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에게 잘보이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가장 중요했다. 1980년대도 다르지 않았다. 1990년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CSR은 그나마 민간영역의 사회적 공익자본을 형성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사회공헌으로 시작된 CSR이 유럽과 미국처럼 사회책임경영이나 지속가능경영으로 확장, 발전하지 못한 까닭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기업관 때문이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대통령은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이며 대기업들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해야 그 아래에 있는 중소기업과 서민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소위 '낙수이론'을 주장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저 불우이웃돕기 정도라고 생각했다. 박근혜정부의 기업관은 박정희대통령의 기업관을 넘어서지 못했다. '산업보국'이 기업이 해야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었다. 창조경제센터도 산업보국의 연장선에 있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고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기업의 경제적 역할만을 강조한채 사회, 환경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2019년 DJSI 평가결과

 

그 와중에도...

 

CSV가 CSR의 진화된 개념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언론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부는 산업보국을 외치며 창조경제를 만들겠다고 하던 그 와중에도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는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뒤쳐지지 않기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엄밀히 말하면 기업이 했다기 보다는 지속가능경영과 CSR 실무자들이 고군분투였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그 기업들 중에 일부는 컨설팅 회사의 적극적인 영업덕분이기도 했다.

 

2009년을 기점으로 DJSI(다운존스지속가능지수)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쟁하듯 (이것 또한 컨설팅 회사의 적극적인 영업과 마케팅 때문이라 본다) 주요 기업 CSR팀의 KPI로 DJSI가 자리잡았다. 글로벌 차원에서 따지고 보면 DJSI가 지속가능경영을 대표하는 평가지표도 아닌데 우리나라에서 유독 DJSI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 또한 역시 DJSI를 주관하는 컨설팅회사의 마케팅 역량이라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아무튼 DJSI 덕분에 글로벌 차원에서 지속가능경영이라는 것이 단순히 사회공헌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상 DJSI나 다른 지속가능평가에서 사회공헌이 차지하는 부분은 놀랄만큼 굉장이 작다) 기업의 비즈니스와 운영 자체에서 사회, 환경적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어떻게 하면 (-)사회 환경적 가치를 (+)사회 환경적 가치로 변환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알게 된 것은 큰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

   

카카오 100UP

     

 

새로운 세계,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사회공헌...

 

2005년 네이버는 아름다운재단과 공동기획과정을 거쳐 온라인 기부 플랫폼 "해피빈"을 세상에 내놨다. 자체적인 모금역량이 없는 소규모 비영리 단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2000년대부터 주요기업 순위에 들어온 IT기업들의 CSR은 기존 제조업기반 기업들의 CSR과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제조업 기반 기업들은 <원재료 공급, 물류, 생산,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제품 수명주기와 가치사슬, 가치사슬의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CSR을 기획하고 실행해야하는데 반해 IT기업들은 '개발자' 중심으로 비즈니스 가치사슬이 구성되기 때문에 제조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과 CSR의 방식을 벤치마킹할 수 없다.

 

대신 IT기업들은 개발자나 또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인 IT기술을 기반으로 사회공헌중심의 CSR을 실행해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열린 기부 플랫폼인 '해피빈'을 런칭하여 운영하고 있고 다음은 아고라의 특성을 이어받아 보다 '이슈중심의 모금 플랫폼 희망해'를 런칭했고 카카오와 합병 이후에는 '같이가치'로 업그레이드 했다. 

 

IT업계에서 검색포탈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게임업계는 현금보유량이 가장 많은 기업의 특성을 십분발휘하여 큰 자산규모의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IT교육과 인재개발 중심의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 이들 IT업계에게 기존 기업들이 사회공헌 대상으로 집중했던 경제적 불우이웃과 소외계층은 딱히 주요 대상이 아니다. IT 디지털 신기술은 경제적 계층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이 IT업계의 입장이다.    

 

IT업계의 플랫폼 방식 사회공헌은 기존 제조기업들이 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적극적, 자발적인 참여를 가능케하고 있다. 해피빈과 같이가치는 모금 단체와 기부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2019년에 카카오 임팩트 재단이 런칭한 100UP은 '사회문제정의' 자체를 유저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기업사회공헌의 주체와 중심을 기업에서 사회구성원(유저)중심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앞으로 100UP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동안 기업들이 사회공헌이나 CSR을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또는 하고 있다고 말은 많이 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100UP이 어느정도 성과를 낸다면 다른 기업들의 사회공헌이나 CSR도 보다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올바르게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난 10년이 흘러갔다. CSR 바닥에서 나라밖은 지구 온난화 문제해결과 지속가능발전이 핵심이슈였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CSR 핵심이슈는 그렇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라 안의 정치, 경제적 이슈가 글로벌 지속가능 이슈보다 훨씬 더 사회적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2020년부터 우리나라 CSR은 어떻게 될까?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이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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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속되는 장마와 폭우때문에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입니다. 빠른 피해복구와 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피해복구지원에 애쓰고 있을 기업사회공헌담당자님들에게 감사인사드립니다. 힘내십시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Balanced CSR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