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추천) 왜 재활용은 실패하는가
현재의 ESG로 지속가능경영이 불가능하다고요?
여름학기 땜방 강의를 다녀왔다. 지속가능경영과 ESG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ESG 실행 방식을 가지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업의 온전한 지속가능경영을 완성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재의 ESG는 투자자 관점에서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 문제와 인권과 안전 문제와 같은 사회 이슈가 기업의 재무 전망에 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기회가 될 것인가를 분석해서 상대 평가하고 투자하는 방식이고 기업은 그것에 대응(위기는 줄이고 기회는 늘리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의를 듣던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교수님께서 그렇게 비관적으로 말씀하시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주시죠?" 라고 했다. 다른 교수들은 ESG를 희망적으로 설명했는데 굳이 비관적으로 볼 게 뭐 있냐는 표정이 읽혔다.
나는 탁자에 놓여 있는 PET 물병을 가르켰다. 국내에서 PET 병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회사의 사례를 들었다. 그 회사는 생산자 책임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PET 재활용을 가장 열심히 많이 해야 할 회사이다. 그 회사의 계열사 중에 하나가 PET 음료를 많이 소비하는 사업장을 여러개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PET병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 내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회수하기 무척 쉽다. PET 병 재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인 회수가 너무 쉽게 가능한 구조이다. 그런데, 정작 회사는 사업장에서 PET병을 회수해서 재활용을 하지 않는다. 그냥 버린다. 이유는 자신들의 사업장에서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것보다 재활용 PET 원자재를 사서 재활용 원자재 사용 기준을 맞추는 것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ESG 평가에서 재활용 원자재 사용 비율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만 여기에 ESG의 재무적 관점이 개입되면서 같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더 싼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회사는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제품에 대한 재활용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자원 회수율이 재활용 원자재 사용 비율보다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ESG 관련 규제와 평가 기준의 숫자만 맞추면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방식의 ESG는 반쪽짜리 책임에 불과하다.
ESG가 만들어내는 성과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판별해야 한다.
학생은 다시 질문했다. "교수님, 그렇다면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나는 답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ESG에 현혹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ESG가 제대로 지속가능경영으로 연결되려면 기업이 스스로 만든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스스로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단순히 재무적 유불리에 따라 ESG 실행 방식을 결정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ESG 실행의 성과가 정말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지 아니면 ESG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데이터만 만들어 내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공개하는 ESG 데이터는 기업들에게 유리한 것만 공개하기 때문에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적으로 ESG 정보 의무공시가 필요한 것이고, 소비자들 또한 ESG 워싱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업들에게 정보공개와 실제적인 책임경영 실천을 요구해야 합니다. "
문제 지적은 쉽지만 해결은 어렵다.
다시 학생이 질문했다.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원칙론에 가깝고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답했다. "맞습니다. 이 작은 PET 물병을 재활용하는 문제도 원칙론적인 답변 밖에 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바로 우리나라 ESG의 현 주소입니다. 그러니 섣불리 ESG에 대한 환상이나 희망을 갖기보다는 PET 물병 하나라도 제대로 재활용하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했던 학생이 찾아왔다. "교수님, 제가 플라스틱 재활용에 관심이 많습니다. 읽을 만한 책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나는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책 제목을 말했다. "왜 재활용은 실패하는가" 라는 책이 새로 나왔습니다. 그 책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학생은 꾸벅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재활용은 왜 실패하는가
2023년 네번째 지속가능경영 유럽투어에 함께 동행했던 이은애대표(당시 롯데케미칼 수석)가 첫 번째 책을 출간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잘 안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플라스틱 자체의 물질적 특성, 국가 제도적 부분, 기업의 이윤, 소비자의 선택과 편리성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에 더해 재활용을 포함한 순환경제 모델에 대한 우리의 부족한 인식과 편협한 시각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잘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시작을 유럽투어 이야기로 해 준 것에 대해 무척 고맙고 감사하다. 책이 어렵지 않아서 중고생을 위한 환경교육 도서로 추천해도 좋겠다. 살다보면 정말 이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할 때가 있다. 바로 이은애 대표가 그런 사람이다. 이은애 대표가 이루고자 하는 "루프 빌더"의 꿈이 기대된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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