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공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ESG)을 잘하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비자발적인) 여름 공부 ^^
큰 신세를 지고 있는 L교수님의 요청으로 ESG를 주제로 석사·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 3명과 여름 공부를 하고 있다. 2주에 한 번 온라인으로 모여 각자 쓴 논문 초고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이제 3회차를 마쳤다. 대학원생들의 공통된 논문 주제는 "어떻게 하면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ESG)을 잘하게 할 것인가?" 이다. 즉, 지속가능경영(ESG)의 동인(動因, Driving Factors)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ESG 영역의 연구는 지속가능경영(ESG)의 수준과 기업의 경제적 성과 사이의 상관 관계와 그 사이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 대한 연구들이 많았는데, 그런 연구의 결과들이 공통적으로 경제적 성과가 높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ESG)을 실행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경제적 성과와 지속가능경영(ESG) 수준은 서로 연관성이 높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방식의 상관 관계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다른 주제, 예를 들면 리더십, HR, R&D, 직원 복지, 기업 문화 등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기업의 경제적 성과가 좋으면 지속가능경영(ESG) 수준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은 대세지만, 반대로 지속가능경영(ESG) 성과가 높으면 경제적 성과가 따라오는가에 대한 결론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런 가설이 일반화 될 만큼 사례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직은 피터 드러커의 "기업은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른 것을 통해 성과를 입증할 수 없다"는 명제가 유효한 상황이다.

경영의 실제(1954) : PETER F. DRUCKER
이번 여름 공부에 참여하면서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논문 토론과 함께 책을 한 권 읽고 서평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함께 읽을 책은 피터 드러커(1905-2005)의 「경영의 실제 : The Practice of Management 」이다. 이 책은 1954년에 출간되었다. 함께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이 모두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아서인지, 피터 드러커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했다. 경영학에서 피터 드러커는 물리학에서 뉴턴, 생물학에서 다윈과 같은 존재이다.
「경영의 실제」는 학부에서 역사를 전공한 나에게도 경영학을 이해하는데 매우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 경영의 본질적 목적에 대해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며, 그 성과를 창출하는데 '경영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리고 그 경제적 성과라는 것이 '고객 가치' 에서 나오고 '고객 가치'는 '생활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향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기업은 자신이 사용하는 자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현대 경영학의 절대 명제들이 이 책 한 권에 오롯이 잘 정리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이 1950년대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이후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경영, 윤리 경영, 지속가능경영 등의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1990년대 이후에 발간된 피터 드러커의 여러 책에는 기업의 사회·환경적 책임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며, 말년에는 기업이 공익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널리 펼쳤고, 비영리 공익 단체의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비영리단체의 경영」을 직접 저술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 책을 읽은 효과는 논문 초고의 글이 탄탄한 기반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6주 전 시작할 때에만 하더라도 AI가 쓴 논문 초고처럼 글들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문장 구조가 안정되고 연구자의 색깔이 나타나고 있다. 박사 과정의 친구도 MBA 출신이라 논문을 처음 쓰다 보니 글 쓰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논리와 글의 구조가 잡혀 간다고 자평했다.
또 하나의 효과(내가 진짜 기대했던)는 대학원생들이 비로소 '경영과 ESG를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단 6주 만에 이룬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우와!!
대학원 수업 시간에 지속가능경영(ESG)과 기업 경영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다. 분리하지 말고 통합 관점에서 해석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귀에 피가 나도록 말했지만, 결국 가져온 논문 초고에는 기업 경영 활동 그 자체가 아닌 뭔가 특별한 과외 활동 정도로만 ESG를 이해하거나 투자를 위한 기업 평가 척도 정도의 개념으로만 서술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지속가능경영(ESG)이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기 지식으로 받아들인 글들이 나오고 있다. 이래서 강의와 독서의 학습 효과를 비교할 때 "자기 지식화"를 위해서는 독서가 강의보다 낫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독서와 강의, 발제와 토론을 함께 병행하면 가장 좋다!!

지속가능경영(ESG)의 동인
대학원생들은 지속가능경영(ESG)의 동인을 크게 외재적 요인과 내재적 요인으로 구분했다. 외재적 요인은 기업이 속한 시대적 상황, 국가와 지역, 법과 제도, 고객의 요구, 공급망과 영업망의 요구, 경제 상황, 시장 상황, 경쟁사 활동, 사회·시민적 수준 등으로 제시했고, 내재적 요인은 기업의 재무상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상품과 서비스, 주주의 요구, 경영자의 리더십, 임직원의 요구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히 외재적 요인과 내재적 요인은 분리되지 않고 서로 상관 관계에 있다.
이 많은 동인 중 대학원생들은 어떤 동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그 동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동인들간의 상호관계도 연구 주제 중에 하나이다.
*참고로 「 ESG 거버넌스 핸드북 (유승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발행) 」를 보면 지속가능경영(ESG)을 둘러싼 내재적·외재적 동인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어있다.
석사 과정의 한 학생은 국내 기업의 ESG 실무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외재적 동인과 내재적 동인 중 어떤 것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조사를 했고 그 결과는 90% 이상의 응답자가 외재적 동인(특히 고객과 법· 제도)이라고 답했다. 내재적 동인이라고 답한 10%의 응답자도 결국 내재적 동인의 근본 원인은 외재적 동인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ESG)을 하는 이유는 외재적 동인이 거의 100%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정말 그런가? 설문 응답자가 매우 제한된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경영자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일할 수 밖에 없는 실무자들이기 때문에 이런 대답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토론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었고, 연구자는 다른 대상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찾아서 비교해 보기로 했다.
다른 석사 과정의 학생은 외재적 동인 중에 어떤 동인이 더 영향이 큰 지에 대해 좀 더 다각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 학생은 설문조사, 인터뷰, 기업들이 발행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그리고 그 기업들의 수출 비중 등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는 기업의 고객이 가장 큰 동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EU에 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모두 '고객사 요구' 때문에 지속가능경영(ESG)을 시작했다는 응답을 했다. 수출이 거의 없는 내수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 보다는 '국내 법과 제도'가 가장 큰 동인이 된다는 응답을 했다.
이 정도의 조사 결과는 기존의 연구나 언론 기사를 보고도 충분히 유추해 낼 수 있다. 논문으로 완성하려면 좀 더 엣지(차별점)가 있어야 한다. 논문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적(상식적) 추론을 연구 조사로 증명하는 것 뿐만 아니라 논문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지식, 정보 또는 해석의 관점, 아니면 인사이트라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논문의 '학술적 기여'라고 한다.
박사 과정의 학생은 내재적 동인을 기반으로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에 지속가능경영(ESG) 수준이 높은 기업들의 창업주, 최고 경영자들의 성장 배경과 전공, 경영 철학, 평소의 언행 등을 조사하여 그것이 기업 경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닥터브로너스, 페어폰, 밴엔제리스, 토니스 초콜렛, 인터페이스 등 흔히 행동주의 기업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이런 행동주의 기업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기업 및 리더들과 비교 연구를 해야만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고, 과연 직접 조사가 아닌 2차 자료만 가지고 박사 논문이 성립될까 싶어 걱정이다. 토론에서 역시 이 부분이 지적되었고, 박사 과정 학생은 머리를 쥐어 뜯었다. 2주 후에 이 연구를 계속할지 말지 결정해 보기로 했다.
학술 논문을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AI가 나오고 논문 컨설턴트들이 난립하는 상황이지만 논문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보면 AI와 컨설턴트가 짜집기 해준 논문들은 아무래도 티가 나고 깊이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연구자가 그 문제를 어디까지 깊게 고민하고 연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느냐 하는 것이 논문 원고에 충분히 들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석사논문, 박사논문을 쓰던 시절의 여름이 생각난다. 아무리 더워도 논문을 쓰는 무아지경에 이르면 덥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아무리 덥다고 해도, 온 몸이 땀띠로 뒤 덮였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여름 공부는 힘들다. ^^;;
Balanced CSR & ESG 유승권
'Balanced CSR & ESG'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신간 추천) 왜 재활용은 실패하는가 (0) | 2026.07.31 |
|---|---|
| ESG 공시는 단지 시작일 뿐, 완성은 다른 얘기다. (0) | 2026.07.07 |
| 물려 받은 사회공헌, 물려 줄 ESG (5) | 2026.06.28 |
|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0) | 2026.06.07 |
| ESG 창업 상담 _ 무엇을 위해 ESG를 하려고 하시나요? (2) | 2026.05.30 |